국내 시민단체들이 해외 연기금 운용사에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의혹’의 진상을 알리는 영문 보고서를 보내는 등 국제연대 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
의문의 화학물질·가스유출 사고 등 담아
지난 12월16일 참여연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영문 보고서를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APG자산운용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 9월28일 참여연대와 좋은기업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정의가 공동 발표한 자료를 번역한 것으로,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스누출 사고도 빈번했다는 지난해 서울대 자문 보고서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를 받은 APG자산운용은 참여연대와의 통화에서 “보고서를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한 투자사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국제사회에 어떤 여론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유엔 책임투자원칙은 환경친화, 사회책임, 지배구조 건전성 문제를 투자 의사 결정 때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뼈대로 하며, 전세계 투자 자본의 15% 이상을 운용하는 700여 개 투자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APG자산운용 등 8곳의 기관투자가는 백혈병 산재 논란과 관련해 삼성에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812호 이슈추적 ‘외국 투자자들 삼성반도체 백혈병 진상 규명 요구’ 참조). 당시 투자사들은 최지성 사장에게 보낸 공동질의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진상 규명을 위해 구성하겠다고 밝힌 ‘제3의 컨소시엄’ 계획과 그동안의 작업장 안전관리 실태, 발병한 노동자에 대한 지원 계획, 향후 대책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은 삼성의 근무 환경과 관계없으며 제3의 컨소시엄을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 투명하게 진상 규명을 할 것”이란 내용의 답변을 했다.
그러던 중 참여연대는 지난 9월 그동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서울대의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서울대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등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6~9월 반도체 3사의 6개 공장을 조사한 결과인 이 보고서를 통해 당시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사용한 99종의 화학물질 중 10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성분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동안 삼성전자가 강력히 부인해온 공장 내 가스유출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2~7월에 걸친 6개월 동안에만 가스검지기 경보가 46회 발령됐으며, 일부 누출 사고는 고농도 가스가 1시간35분간 새어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스가 누출되면 자동으로 차단된다”는 삼성 쪽의 설명과 다르다.
“더 이상 국내 문제로 머물지 않아”
참여연대 이은미 활동가는 “이번 보고서 전달을 계기로 앞으로 책임투자에 관심이 많은 해외 투자자들과도 긴밀히 연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는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문제가 더 이상 국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삼성이 알아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백혈병 산재 투쟁을 이끌어온 ‘반올림’ 활동가인 공유정옥 산업전문의는 지난 11월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미 공중보건학회(APHA)에서 ‘산업안전보건(OHS)분과 국제산업안전보건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10월20일 반올림이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국제전문가그룹에 제안한 ‘삼성 노동자를 위한 공개 지지 서한’에는 지금까지 10개국 32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임지선 기자 한겨레 24시팀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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