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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반대자들, 어디 갔다 다시 왔나?


보수 교원단체들, 올 초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할 때는 수긍했다가
서울시교육청이 다시 추진하자 반대 논리 또 꺼내
등록 2010-07-14 16:20 수정 2020-05-02 04:26

“인권은 인간이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므로 찬반의 이슈가 될 수 없고, 학생들이 존엄성을 어떻게 인정받느냐에 관한 토의라고 생각한다.”(윤완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위원장)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나, 경기도교육청이 우리 단체 의견은 묻지 않고 조례 제정을 추진해 비판 성명을 냈던 것이다.”(노정근 대한민국교원조합 위원장)
학생인권조례, 촛불 홍위병 키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지난 1월19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공청회(796호 보도 그 뒤 ‘반대하던 이들은 어디로 갔나’ 참조)에서 조례 제정 반대 쪽 패널로 참석한 이들이 한 말이다. 공청회가 끝난 뒤 배경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은 “일부 보수 언론이 보수 단체들을 인용하며 학생인권조례를 맹공격해 찬반 논쟁을 기대했는데, 정작 반대하던 이들은 공청회에 보이지 않아 반대 여론에 거품이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최종안을 확정한 뒤 도의회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6개월 뒤 서울. ‘데자뷔’도 아니고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 다음날인 7월2일 는 1면 머리기사로 “교내외 집회의 자유 보장 학생인권조례 도입할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날 사설의 제목은 “학생인권조례로 ‘촛불 홍위병’ 키워보겠다는 건가”다. 7월3일에는 “교내외 집회·휴대전화·두발, 학생 마음대로… 학부모·교사 ‘학교 대혼란… 수업에 차질’” 이란 제목으로 한 면을 털어 보도했다.

이에 보수 단체들이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7월6일 “인기영합주의 시각을 반영하고 학교 자율화 추세에 역행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다음날인 7일 대한민국교원조합(이하 대한교조)을 포함한 3개 교원노조협의체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7개 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곽노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을 즉시 철회하라”고 외쳤다.

지난 1월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지 않으나 경기도교육청이 우리 의견은 묻지 않아서” 반대 성명을 냈다는 대한교조가 이번에도 반대 성명을 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단계에서 거듭되는 토론과 공청회로 상당 부분 의견 합치를 봤던 교총도 “지금까지는 한 번도 중앙 차원의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이번에 낸 것이 중앙의 공식 입장”이라며 반대 뜻을 거듭 밝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월까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자문위원회는 교장, 교감, 교사, 대학교수, 교육위원, 인권단체 활동가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학교장 2명, 교감 1명, 교사 1명이 교총 소속이었다. 당시 자문위원회는 10번의 협의회를 열어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조례안에 대해 ‘만장일치 합의’를 이뤄냈다. 이후 지역을 돌며 8차례의 사전협의회, 3번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경기도교육감에게 제출했다. 당시 자문위원회는 ‘학내 집회 자유 보장’ 조항이 포함된 ‘A안’과 삭제된 ‘B안’을 제출했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B안을 선택했다.

이념 대치 아닌 민주적 합의 필요

지난 7월8일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연 곽노현 교육감은 ‘속도’를 우려했다. 그는 “현재 학생인권조례 관련 공방의 속도가 좀 빠르다”며 “내실 있는 민주적 협의·조율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을 지낸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이념 구도로만 몰고 가는 언론과 보수 단체의 행태가 교육감 발목 잡기를 하려는 의도로 보여 답답하다”며 “민간에서 힘을 모아 경기도에서보다 더 풍부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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