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회장 손댔다 하면 상한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김강욱)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고 주식 대량 보유 신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이계호(50) STC그룹 회장을 기소했다.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이 회장이 ‘한 언론사 사주가 STC라이프 전환사채 60억원어치를 인수한다’는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사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언급된 언론사 사주는 바로 홍석현(60) 회장이다. 사건을 복기해보자.
STC라이프 전환사채 60억원어치 인수홍 회장은 2006년 10월 STC라이프(당시 이름 SNC)의 전환사채 6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 소식은 주가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2천원 선에 머물된 주가는 한 달 만에 7천원 선을 돌파했다. 이듬해까지 이런 상승세가 유지됐다. 검찰은 홍 회장의 전환사채 매입과 이에 따른 주가 급등을 예측하고 전환사채 발행 이전인 2006년 9월에 차명으로 회사 주식을 사뒀다가 큰 차익을 얻었다며 이 회장을 기소한 것이다.
언론사는 사회의 온갖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또 한국 사회에서 족벌언론 사주는 여러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힘을 쓰는 존재로 인식된다. 따라서 일반 주식투자자들 또한 언론사주가 매입한 주식이라면 일단 믿고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회장이 이를 이용해 제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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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이 STC라이프 주가와 관련해 비슷한 구실을 한 예는 최근에도 있다. STC라이프는 지난 6월29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2만5천 주 규모(9억9900만원)의 신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신주의 발행가액은 975원이고, 청약 기간은 7월2~3일 이틀간이었다. 그런데 공시 이튿날인 6월30일 홍 회장은 아들로부터 STC라이프 주식 451만4936주를 넘겨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홍 회장은 전환사채를 포함해 모두 805만4347주(11.63%)를 소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STC라이프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상승세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결국 증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02만5천 주를 주당 975원으로 소액공모했는데, 6164만7천 주(청약 증거금 601억582만5천원)가 청약을 해 60.14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한 것이다. 주식 거래 관련 ㅈ사이트 등에서는 ‘[중장기강추][에스티씨라이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최근 투자한 회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증자 앞두고 아들 지분 넘겨받아결국 사주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불공정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면, 사주는 미공개 정보의 대상이 된 셈이다. 사실 여기까지 보자면 홍 회장은 주식투자에 이용당했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계호 회장은 2006~2007년 다단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지난해 법정구속됐다가 올해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이 과정에서도 홍 회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홍 회장과 이 회장이 각별한 사이고, 홍 회장이 자녀들 명의로 STC라이프 주식에 투자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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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 때 이 회장이 지분 투자자들이 누군지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아 계좌를 샅샅이 추적했다”며 “그 결과 홍 회장을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 여럿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업을 크게 키우기 전에 친분이 있는 유력인사들로부터 미리 지분 투자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는 홍 회장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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