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하 김)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된다. 정부가 금융권에 달러 매수 금지 요청 공문을 보냈다는 건데, 실제로 3일 전에 7개 금융기관을 모아놓고 달러 매입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말로 했냐, 공문으로 했냐인데 형식이 조금 다를 뿐 내용과 효과는 같다. 이게 허위 사실이냐 이거지. 또 하나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했다는 건데, 공익이 뭐냐 이거지. 이게 젤 골 때린다. 미네르바의 주장으로 해치는 공익이 뭔가. 정부가 불편할 순 있겠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명박과 정부의 ‘심기’가 공익인가. 그로 인해 해친 공익이 없다고 본다. 현재 스코어, 지금 공익이 재정의되고 있다.
정봉주(이하 정) 정부는 지금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단계적 제재를 좀 가해야겠다는 거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접근했다고 본다. 사실 촛불시위, 유모차 부대 조사하면서 (그들이) 재미를 좀 봤다. ‘아무리 너희가 저항하고 반대해도 결국 우리 권력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거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제재하니까 온라인에서 훨씬 비판의 목소리가 활성화됐다. 그때 온라인에서 아고라에 모였듯이, 지금은 미네르바로 집결하는 양상이 보인 거다. ‘너희가 중심점을 갖고 뭉친다면, 그걸 건드려보겠다’는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네르바 구속으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인터넷 망명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 자기 검열 기능이 생겼다. 1라운드에서는 검찰과 법원이 이겼다고 본다. 그러나 벌 한 마리 있는 줄 알고 벌집을 툭 쳤는데, 사회에서 튀어나오는 저항세력들, 벌들이 만만치 않은 거다. 법조계, 야당, 네티즌 등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벌집을 건드린 걸 수도 있다.
김 이건 검찰과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자해공갈이다. 미네르바 때문에 정부가 20억달러를 썼다고 하는데, 입증할 수 없는 얘기다. 더 골 때리는 건, 이게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정부가 얼마나 허접한지에 대한 자백 아닌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사실이어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보다 일개 네티즌을 믿었다는 건데, 쪽팔린 얘기다. 또 우리 정부가 외환 개입을 했다는 자인이 된다.
정 정리하면, 신뢰의 상실을 공안으로 넘기려 했다는 거 아니냐. 허위 사실 유포라는데….
김 그건 의원님과 연관 있는 것 아닌가. 곧 감옥 가지 않나.(웃음)
정 미네르바를 통해 허위 사실 유포가 민주사회에서 정말 근거 없는 것임을 최근 우리 사회가 안 거다. 역대 대통령 자격을 검증하자는 걸로 징역 간다면, 내가 1호다. 지금까지 없었다.
김 (검증과 관련한 문제는) 대개 선거 끝나면 묻히지 않나.
정 묻히거나 벌금 정도로 끝나지, 실형 살게 한 사례가 없다. 법원은 나보고 도주 위험 없다는데(1·2심 재판부는 그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사실은 많다. 감옥 가고 싶지 않아서 어제 자면서 ’오늘 저녁에 캐나다로 도망갈까’ 생각했다.
김 미네르바가 아니라 의원님을 구속시켜야 하는데….(웃음)
정 검찰과 법원이 충성경쟁을 하려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얘기하면 (법원에) 미운털 박히려나? 허위 사실 유포가 구시대적인, 전근대적인 법이라는 게 어제오늘 사이에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죄는 독재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쓰던 법이다. 허위 사실 유포는 21세기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안 되는 법이다. 우리는 정보기술(IT) 강국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요즘 미국 블로거들과 경제 평론가들이 한국을 조롱한다.
김 외신에서도 미네르바가 정부 생각처럼 경제사범이고 국익을 해하는 사범이라면 정치면이나 단신으로 실려야 하는데 희한한 뉴스, 골 때리는 뉴스처럼 다뤄지고 있다. 진짜 이건 자해공갈이라니까.
정 재밌는 게 현 상황이 군부독재가 들어설 때나 그쪽으로 회귀할 때랑 상당히 유사하다.
김 전기통신기본법이 전두환이 만든 건데….
정 그래서 같은 전씨인가?(웃음) 첫째가 의회 무력화다. 지금 국회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며 무력화하고 있다. 둘째가 언론 장악이고, 셋째가 반대자와 비판자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한다. 미네르바가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이고, 다섯째가 공권력으로 통치한다는 거다. 이게 독재정권의 매뉴얼이다. 미네르바 사태를 보면 이 중에 2장과 3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거다.
김 지금 연설하시는 건가.
정 이게…, (의원직) 한 4년 하고 잘려봐라. 이렇게 된다.(웃음)
김 전기통신기본법의 연원을 보니, 광주항쟁 직후 1983년에 만들어진 건데, 당시 (반정부) 유인물을 팩스로 보내거나 할 때 잡아들이려고 만든 법이다. 실제로 당시에 적용된 적도 없었는데 이십 몇 년 만에 적용된 거다. 이 다음이 사이버모욕죄다. 이건 더 골 때린다. 이런 유의 법은 원래 친고죄다. 모욕당한 사람이 ‘나 모욕당했으니 해결해주시오’ 하고 공권력에 의뢰하는 건데, 사이버모욕죄는 이게 아니다. 당사자는 가만있는데, 누군지 모르는 불특정다수에게 정부가 ‘당신 모욕당한 거야’라며 (발화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완전 공권력의 오지랖이다.
정 이번 미네르바 구속은 2월에 사이버모욕죄, 인터넷 검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서막 혹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국민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인터넷 수준은 인터넷을 검열하는 중국보다 후진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 정부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MB악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지 간을 보는 거다. 잽을 날려본 거다.
김 전제국가의 가장 큰 특징이 통치자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듣지 않을 무한 권력을 누리는 거다. 그렇게 가고 있다. 사법부의 미네르바 구속 적부심 기각에 대해 변호사 두세 명에게 물었다. 법리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한다. 왜냐면 증거 인멸, 도주 위험이 없는데 왜 구속하냐 이거지. 의원님도 지금 밖에 있는데…. 사법부가 법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진 게 아니라, 법원을 직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정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법원이 적부심을 기각한 걸 보면, 일반 상식을 확실히 뛰어넘는다. 이런 얘기를 정치권에서 많이 얘기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깨어 있는, 통 큰 소장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얘기해줘야 한다. 아무도 대통령이 불행해지길 원하지 않는다. 친박연대는 도대체 뭐하고 있나.
김 법관들도 직장인이 돼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거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도) 전시에서 평시로 돌아온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은 지금도 선거 기간이라는 거다. 얘네는 아직도 선거 안 끝났다, 사회적 긴장 정도로 볼 때….
정 우리는 지금 전시 상황에 살고 있다.
김 정부가 항구적 정서 불안 상태에 있다. 정부의 행동 자체가 일종의 증상이다. 정신과적 차원에서 보면, 감정이입 능력이 완전 결여된 사람처럼 행동한다. 상대방이 왜 그런 주장과 행동을 하는지, 국민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해 능력이 아예 부족한 것 같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신과적 차원에서 진단 내려야 한다. 똥·오줌을 못 가리고 있다. 이 말 써도 된다.
정 내 홈피에도 막 욕 올라온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막 지운다. 그러다 보면 너무 힘이 든다. 잠깐 제정신이 돌아온다. 내가 왜 지우지. 이런 욕들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막말과 쌍말 보는 사람들이 과연 글쓴이의 인격에 동의할까. 우리의 인터넷 자정 능력은 뛰어나다고 본다. 인터넷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리다. 피리 속에서 공기가 좌충우돌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한 방향으로 가면 절대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없다. 우당탕탕 싸우는 게 실제 약간의 불편함을 줄 뿐이다.
김 미네르바가 익명으로 신분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인터넷 놀이 문화를 모르는 얘기다. 게시판에 접속하는 순간 그 목적에 맞게 자기 안의 또 한 사람이 나오는 거다. 내가 디시인사이드에 접속하면, 디시가 요구하는 정체성에 맞는 내 안의 나가 나온다. 거짓말과는 다르고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 같은 거다. 말한 사람이 어떤 정체성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가 한 말이 논리적 정합성이 있느냐, 합리적이냐를 보는 거다. 그런데 지금 30대 백수고 공고에 전문대를 졸업한 비전문가로 밀어붙인다. 오프라인 논리다. 더구나 이 국면을 주도하는 조·중·동이 직전까지만 해도 미네르바에 대해서 얼마나…. ×××들이다.
정 우리 둘 다 백수인데, 둘이 앉아서 할 얘기인가.(웃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고라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저렇게 해서 인터넷과 아고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30대 무직자도 못 당하는 정부인가.
김 그러니까 만수 위에 백수 얘기가 나오는 거죠.(웃음)
정 익명이지만 내용을 보고 맞냐 틀리냐 판단하는 것이 인터넷의 중요한 자정 능력이다. 정봉주를 봉주로 쓰건 말건 “네가 프랑스에서 왔냐 봉주르게?” 이렇게 따지는 사람은 없다.
김 인터넷은 계급장 떼고 얘기한다. 미네르바가 처음에 자신이 50대이며 증권회사를 다녔다고 이런 얘기 하지 않았다. 아이디 하나 걸고 자기 논리를 편 거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반대논리를 이겨냈기 때문에 퍼져나간 거다. 인터넷상에서 익명이란 게 실제로는 아니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처럼, 온라인에서의 아이디는 그 안에서의 자기 정체성이다. 기술적으로도, 지금은 실명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바로 나온다. 미네르바가 숨어서 몰래 한 것도 아닌데 왜 잡아가냐 이거지. 이 사람이 북한에서 몰래 가명으로 누군가의 가짜 주민번호로 활동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게 아니잖아.
정 정부는 인터넷을 제압하려 하지만, 이건 정말 풍선이다. 생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게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세계 최강 무적의 내공을 갖고 있다. 세계 조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정권에) 한번 붙어보자고 해야 한다. 하루에 한 번 썼다면 두 번씩 쓰면서, 네티즌이 얼마나 민주사회에 기여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김 이건 정치적 선동이다.(웃음)
정 임계치에 왔다. 절필 선언, 망명 선언은 저쪽 프레임에 갇히는 거다. 네티즌 여러분, 열심히 글 쓰십시오.(웃음)
김 내 결론은, 진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건 정부다. 국가 신인도라는 공익, 외환시장에 개입했더라도 알려지지 않아야 할 공익, 자유롭게 비판할 공익, 국민의 자정 능력을 존중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국민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목적으로 20억달러를 날렸느니 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건 결론적으로 정부의 자해공갈쇼다.
정리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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