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불길은 일단 가라앉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언론 관계법 처리가 일단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월8일을 기점으로 파업을 ‘일시 해제’했다. 문화방송과 SBS 조합원들도 방송 현장에 복귀하면서 프로그램들도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언론 노동자들이 벌인 이번 파업 투쟁의 핵심 구호는 ‘재벌 방송 반대, 조·중·동 방송 반대’였다.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보수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사업에 뛰어들거나 케이블·위성을 기반으로 종합편성 보도채널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려는 데 대한 저항이었다. 이는 언론노조가 지목한 ‘7대 악법’을 한나라당이 한꺼번에 상정하려고 하자 그 가운데 한 가지를 꼽아 언론노조가 투쟁 역량을 집중한 탓이다.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7대 악법 중에는 방송 관련법 말고도 앞으로 언론시장을 뒤흔들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1월8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1월 싸움은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게 시급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2월엔 신문을 비롯한 전체 여론시장을 정부와 조·중·동이 움켜쥐려 하고 있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부 장관이 간부 임면권 독점우선 현행 한국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한국언론재단 등 세 기구를 통합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신설하는 신문법 개정안 조항이 손에 꼽힌다. 개정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새 재단의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와 비상임 감사 등에 대한 임면권을 모두 갖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은 정부가 신문유통원과 언론재단 수장에 대한 임명권만 갖도록 하고 있다. 또 신설되는 재단의 직무에는 ‘문화부 장관이 위탁하는 사업’도 들어가 있다. 결국 정부가 새 재단의 모든 인사와 사업 및 예산에 폭넓게 간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또 신설되는 재단은 현재의 신문발전기금이 이름을 바꿀 언론진흥기금의 사용처를 정하고 집행할 기구인데, 지금까지는 군소 신문을 중심으로 쓰여 온 신문발전기금이 조·중·동과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지원될 것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미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올해 예산을 100억원 가까이 삭감한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지방신문들을 중심으로 한 강한 반발을 사 왔다. 정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운용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도 이번에 새 재단으로 통합하려 했으나 지방신문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단 보류한 상태다.
이는 일간신문의 복수 소유 제한 조항을 전면적으로 삭제하기로 한 신문법 개정안의 또 다른 조항과 맞물리면서 조·중·동을 뺀 나머지 종합일간지와 지방신문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방송에 이어 신문시장마저 조·중·동에 다 내주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군소 지방신문의 인수·합병을 통해 여론시장 장악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독과점 심화로 지역신문 설 땅 잃어여기에 신문 판촉과 관련해 불법 경품과 무가지 제공 금지 조항마저 삭제하게 되면, 자전거와 백화점 상품권 등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 신문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조성호 지역신문발전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중·동의 점유율이 늘면서 지역신문이 설 땅을 더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중·동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경영자료 신고 의무 조항도 삭제된다. 이렇게 되면 신문의 전체 발행 부수와 유가 판매 부수, 구독 수입과 광고 수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신문업계의 투명성이 약화될 수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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