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HIV)에 걸렸다’는 말을 ‘감기 걸렸다’는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질병은 죄가 아니잖아요.”
예비 법률가 김선휴(25)씨가 말했다. 김씨는 ‘2008 감염인 인권주간 준비위원회’에서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을 진행해왔다.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은 얼굴을 보여주면서 감염인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A4용지에 지지 발언을 쓰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관련이 깊다.
김선휴씨
“에이즈 감염인들은 자신을 좀체 드러내지 못하잖아요. 방송에서도 뒤탈이 없으려면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해요. 그런 현실을 깨고 이들의 인권을 지지한다는 선언입니다.” 11월1일부터 진행된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에 동참한 이들은 지금까지 500여 명에 이른다.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그동안의 페이스 선언의 결과가 공개된다.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감염인들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김씨는 지난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것을 1년 유예하고 지난봄부터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했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 활동 등을 했어요. 2년간 고시 공부를 하면서 인권 감수성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아요. 고시 공부하는 동안에 계속 ‘공부 끝나면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1년간 그는 인권운동사랑방 ‘건강권팀’에서 활동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건강에 관한 권리를 설명하는 건강권리학교를 열었고, HIV 치료약인 푸제온을 가격 적정성 때문에 들여오지 않아 감염인들의 애를 태우는 제약회사 로슈를 규탄하는 활동도 해왔다.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도 그 연장선이다.
“건강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아직 무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진 약간의 법률 전문성이 우리 사회의 인권 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가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12월1일 낮 12시부터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청계광장까지 ‘감염인 인권 지지’를 하는 거리 행진을 합니다. 함께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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