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진 변태적 ‘종교재판’은 결국 상식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 10월23일 강남대의 상고를 기각하고 학교 쪽이 지난 2006년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하급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 교수는 10월31일 전화 통화에서 “기독교적 정의에 어울리는 판결이 내려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목사이기도 한 이 교수는 종교다원주의를 설파하고 불상에 절을 했다는 이유로 이뤄진 기독교 재단 쪽의 재임용 거부 이후 2년하고도 아홉 달 동안 많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일단 확정판결이 내려진 만큼 강남대 쪽은 곧 이 교수에 대한 재임용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계속 지면서도 네 차례에 걸쳐 끈질긴 법적 공방을 벌여온 학교 쪽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강남대는 2006년 1월 이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뒤 그해 5월 “재임용 거부는 부당하다”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 이후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사건을 끌고 왔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은 학교가 아닌 이 교수에게 내밀어졌다. 어찌 보면, 현대 사법제도가 3심에서 법적 구속력을 마무리하도록 한 게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만약 10심까지 인정했다면….
그렇다고 마냥 잃어버린 세월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에게 트라우마라고 하는 마음의 상처를 주는 현실을 직접 겪으면서 가슴이 아팠고 그게 가장 힘들었다”는 이 교수는 “그 덕에 일본에 1년 동안 연구교수로 다녀오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데다, 인생을 단순하게 살지 않고 역동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게 돼 결과적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교회가 오해하고 교조적으로 접근할 때 잘못을 일깨우고 양심대로 이끌고 갈 책임과 의무가 전문가들에게 있다는 소신은 더욱 분명해졌다. 인생이 긴 것도 아니고, 소신대로 살아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한 게 없다.” 500년 전 교회 문을 나서며 갈릴레이가 뱉은 독백을 닮았다. 그를 갈릴레이로 만든 건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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