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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한국에서 ‘르몽드’를 즐겨볼까요

등록 2008-10-03 10:46 수정 2020-05-03 04:25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기자라면 한 번쯤은 되뇌어보는 의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이다.
권위지의 상징인 가 매월 한국을 찾는다. 의 월간지인 한국판이다.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성일권 발행인. 미디어오늘 제공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성일권 발행인. 미디어오늘 제공

한국판 의 성일권(45) 발행인은 “1954년 가 첫 발행한 월간지로, 세계적 지성들에게 정치·외교, 경제·사회, 문화·예술 분야에서 토론의 장을 만들어왔다”며 “현재 세계 71개 국가에서 25개 언어로 240만 부가 발행되고 있다”고 잡지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학자 노엄 촘스키는 “는 세계의 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자 출신인 성 발행인이 와 인연을 맺은 것은 프랑스 유학 때였다. 과 를 거치고 훌쩍 넘어간 프랑스에서 만난 지도교수 장 마리 뱅상은 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좌파 정치학자였다. 성 발행인은 “애초에는 주간지인 의 한국판에 관심이 있었다”며 “그러나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월간지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는 지난 2006년 한국판을 처음 내놓았으나 뿌리 내리기에 실패한 바 있다. 로서는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성 발행인은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진보의 가치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뜻에서 한국판 출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가장 강력하게 맞선 매체가 바로 아닌가. 9월27일 첫 발행된 한국판 10월호의 톱기사도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사회주의자로 회귀하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성 발행인은 “와 계약하면서 언론의 독립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계약서에는 거대 신문사의 부록이나 특정 정파의 기관지로 발행돼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고 전했다. 독립성을 생명으로 아는 다운 조항이다. 의 주요 기사는 정기적으로 국제면을 통해서도 소개된다. 인터넷 주소는 www.ilemonde.com.

성 발행인은 “과 의 독자뿐만 아니라 를 고집하는 이들도 한 번쯤은 읽고 생각해봐야 하는 내용들이라고 자신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토론 내용도 더 깊고 풍부해졌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포털 네이버에는 를 읽고 토론하자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친구들’이란 카페까지 벌써 생겼다고 한다. 참 빠른 세상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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