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에서는 종종 ‘역경을 딛고 인간승리한’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곤 한다. “저는 그런 거 싫던데요. 그냥 우리도 똑같이 당당하게 즐기면서 탁구를 치고 있어요.” 인천에 사는 김선자(41)씨는 3살 때부터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탁구를 잘한다.
어려서부터 운동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이 없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하기는 쉽지 않아요. 특히 운동선수들을 키워내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없죠. 결국 혼자 힘겹게 찾아다니면서 배워야 해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을까 한참을 찾다가 3년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탁구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렵게 시작한 운동인데 취미생활로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대회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전국체전, 협회장배 대회 등 15회 이상 대회에 출전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7년부터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다. 비록 이번 장애인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쳐 보이는 것이 목표다. 지금도 평일에는 매일 5시간씩 탁구를 연습하고 있다.
김씨가 유독 탁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탁구는 항상 상대방과 함께 하잖아요. 승부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또 섬세한 운동이라서 정서를 차분하게 하는 데 도움도 되죠.” 5학년 딸을 둔 결혼 12년차 주부로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매번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장애인복지진흥회가 용인대학에 개설한 ‘장애인 스포츠지도자 양성과정’에서 장애인스포츠사, 스포츠심리학, 스포츠사회학 등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장애인 스포츠와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를 배워서 운동을 하려는 다른 선수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생활체육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돼서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탁구를 마음껏 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뛰어넘은 당찬 주부의 끝없는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 이상규 인턴기자 postdoa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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