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규 인턴기자 postdoal@hotmail.com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국 포크 록의 전설 한대수(60)씨가 희끗희끗한 장발을 휘날리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나타났다. 8월20일 에너지의 날을 기념해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한 ‘불을 끄고 별을 켜다’ 행사에서 통기타 합주를 하기 위해서다. 합주 참가 목표인원은 2020명. 2020년까지 온실가스 20%를 줄이자는 바람을 담았다. 지난 2년간 외부 공연을 중단해온 한씨였지만 이 ‘에너지’ 행사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여했다.
“한국은 자원이 많은 나라도 아닌데,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권이에요. 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도 심각해서 미래 세대가 걱정됩니다. 통기타로 모두와 어울리며 이 문제를 알리고 싶어요.”
장발, 청바지, 통기타 등으로 상징되는 한대수씨는 1970년대 한국 청년문화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와 같은 노래로 국가·제도로부터 자유로운 히피 정신을 퍼트렸던 한씨는 2000년대 다시금 통기타를 통해 ‘문명’에 저항한다.
“통기타는 전기가 필요 없는 악기라 에너지 절약과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되죠. 저항과 변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날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며 연주한 곡목은 그의 대표곡 다.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자연을 찬양하는 이 노래는 그 자체로 과학 기술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는 오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결국 이날 합주에는 521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2020명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교복을 입은 채 뛰어온 고등학생, 퇴근하자마자 정장 차림에 통기타를 둘러멘 샐러리맨, 젊은 시절 통기타를 쳤던 추억을 안고 참가한 60대 할아버지, 이제 막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와 ‘절약’을 함께 상징하는 이번 합주에 몸과 마음을 보탰다.
“사모님들은 김치냉장고도 너무 많이 쓰고, 쇼핑하러 가면서도 꼭 차를 몰고 나갑니다. 사장님들은 산을 깎아 만든 골프장에서 골프 치죠.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나요? 골프 치지 말고 기타 칩시다.”
연주를 마친 한씨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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