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선거 홍보 포스터부터가 수상하다. 남녀 2명이 등장하는데다 가면까지 썼다. 기호는 0번이다. 물론 당선은 기대하지 않는다. 선거법을 어기는 게 출마 목적의 일부이기도 하다. 7월30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캐발랄 젊은 후보 청소년’ 얘기다.

이 후보는 물론 실존하지 않는다. 청소년 활동가들이 내세운 가상의 인물이다. 왜 나왔냐고? “못 뽑으니까 나와봤다”는 홍보 글귀에 그 답이 있다. 청소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번 선거에 정작 자신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박탈당한 데 대해 ‘앙심’과 문제의식을 품고 출마를 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그들에게 “서울시장을 부산 사람이 뽑는 격”이요 “고무줄 빠진 빤스(-_-)”다.
‘캐발랄 젊은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파격적이다.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교육정책보다는 청소년 스스로에게 필요한 인권친화적 정책들로 가득하다. 우선 입시경쟁을 지양하고 0교시·강제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우열반은 금지한다. 두발복장의 자유와 체벌금지도 보장했다. 심지어 교사소환제까지 들어 있다.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의 장점도 포스터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현장 경험 풍부”하고 “시험만 골백번” 치러봤다. 학교 현장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얘기다. 이 후보는 “이딴 교육 받으면 이명박 된다”는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후보의 포스터 100여 장을 찍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붙이는가 하면, 전단지와 명함 등 홍보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촛불집회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공약을 선전하면서 선거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인터넷 포털과 블로그를 중심으로 후보 알리기에도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7월25일에는 서울 영등포로터리 앞 민주노총 촛불집회장에 나타나 열렬한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포스터를 진짜 후보들 바로 옆에 붙이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실정법 위반’이라는 현실론에 밀려 실행되지 못한 뒷이야기도 들린다. 이들은 포스터에 “실제로 등록한 후보가 아님. 선거법 위반이라고 잡아가지 마셈”이라는 깜찍한 문구도 집어넣었다. 선거운동에 참여한 한지혜 한겨레21인권위원은 “출마의 취지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것 같아서 좋다”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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