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의원 소송 관련 가 제출한 답변서 입수… 폭언 여부 근거 희박, 다른 질문의 답변을 엉뚱하게 인용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정청래 전 통합민주당 의원(서울 마포을)에 대한 의 ‘보복 보도’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는 4월4일부터 총선이 치러진 4월9일 직전까지 모두 9건의 정 전 의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정청래 의원, 교감에 폭언 △김 교감 인터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심한 모욕감 느꼈다(이상 4일치) △“정청래 의원, 찾아간 교장에도 무례” △‘폭언’ 후 교육청에도 ‘전화 압력’ 의혹(이상 7일치) 등이었다. 는 선거 당일인 4월9일에도 ‘정 의원, 본지·조선일보·한나라 고소’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정 전 의원의 ‘폭언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정 전 의원의 품성과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는 기사들이었다.

정 전 의원의 이야기는 달랐다. 보도는 과거 자신이 의 성애소설 ‘강안남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일 뿐만 아니라 의도에 맞게끔 조작 됐다는 주장이었다. 정 전 의원은 4월9일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6383표 뒤져 낙선했다.
‘폭언’과 ‘보복’ 가운데 진실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이 최근 입수한 의 답변서에 해답이 나와 있다. 정 전 의원이 보도에 대해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는 당시 취재 경위와 관련 기록을 담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우선 사건의 핵심 쟁점인 정청래 전 의원의 ‘폭언’ 여부와 그 내용이다. 당시 정 전 의원과 서울 서교초등학교 김아무개(45) 교감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건은 4월2일 오전 10시30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감은 당시 학교 인근 마포평생교육관에서 학부모 100여 명과 함께 녹색어머니회 출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자 김 교감이 막아섰다. 정 전 의원은 “행사장 안에 있는 어머니회 회장을 만나러 들어가려 했으나 김 교장이 선거운동은 안된다며 막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는 4월4일 최초 보도에서 “정청래 의원이 초등학교 학부모 행사장에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교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또 “내가 나가자 정 의원은 ‘굉장히 건방지고 거만하다’는 등 훈계조 이상으로 말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김 교감의 발언을 소개하고, “정 의원은 ‘내가 이 지역 현직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당신(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도 함께 실었다. 신문은 이어진 김 교감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정 의원이 뭐라고 말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교감이 “‘내가 이 지역 현직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당신(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는 말은 70%만 맞는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 스스로 법원에 제출한 취재 기록에 따르면, 취재 내용과 기사가 다르다. 우선 김 교감은 인터뷰에서 ‘자르겠다’는 표현을 직접 거론한 사실이 없다. 다만 기자와 다음과 같은 문답은 오갔다. 최초 보도가 나가기 직전인 4월4일 오전 8시47분의 기록이다.
“교감 선생님, 그날 그 사람이 말했던 게요, 제가 질문을 드렸는데 그거랑 많이 다른가요? 어떻게 현직 의원에게 이럴 수 있냐, 당신하고 교장 다 자를 수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기자)
“아니, 정말로 내가 그 부분은 못 들었어요. 못 들은 이유가 그때도 얘기했지만 나는 안쪽에 있었고, 그 사람 내가 밀어내고 나는 안에 있었고, 그 사람은 밀려서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그 후속 이야기는 내가 들을 수가 없었어요.”(김 교감)
김 교감은 이처럼 구체적 이유까지 제시하며 ‘자르겠다’는 말을 못 들었다고 정면으로, 재차 부인했다. 그런데도 에는 기자가 던진 질문이 김 교감의 답변으로 둔갑해 실렸다. 정확히 30분 뒤 해당 기자는 김 교감과 또다시 통화를 시도하지만 역시 “폭언하고 이런 점은 내가 모르고 못 들었어요”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문제의 ‘70%’ 발언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가 제출한 답변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김 교감의 발언은 단어 숫자나 어구 등이 70%가량 맞는다는 뉘앙스였고, 폭언 사실 전반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며 매우 분노하고 수치스러워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는 그러면서 김 교감이 작성한 이른바 ‘경위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김 교감이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한 것이다. 경위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이하 기자의 말: 취재가 아니라고 하면서 아픈데 괜찮냐고 함)
-정 의원과 마찰이 있었다는 것 사실이냐. (마찰은 없었다.)
-폭행, 폭언 당했느냐. (전혀 사실이 아니다.)
-행사장 진입을 막았고, 정 의원이 항의를 했다는데. (70% 정도 맞다.)
괄호 안은 김 교감의 답변 부분이다. 그가 작성한 경위서에 따르면 기자는 보도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유도심문을 했다. 그럼에도 김 교감은 일관되게 폭행은 물론 폭언 사실도 부인했다. ‘70% 맞다’는 답변도 ‘행사장 진입을 막았고, 정 의원이 항의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다.
유일한 증인은 상대 후보 진영에
가 듣고자 노력했던 ‘교감 자르겠다’는 발언은 김아무개 당시 강용석 한나라당 마포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 사무장의 말이었다. 는 법원 제출용 답변서에서 김 사무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를 ‘제보자’로 소개했다. 역시 취재원 보호 의무 위반이다. 김 사무장은 사건이 빚어진 4월2일 오후 기자에게 “정 의원이 교장과 교감 다 자르겠다고 하며 폭언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답변서에 따르면 ‘자르겠다’는 발언은 정 전 의원의 상대 후보 쪽 주장일 뿐이었다.
‘자르겠다’는 발언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폭언’이고 ‘막말’이다. 하지만 김 교감 본인이 ‘자르겠다’는 말을 들은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면, 남는 것은 ‘건방지고 거만하다’라는 발언뿐이다. 물론 이 발언도 듣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폭언으로 규정할 수 있다. 다시 의 답변서 내용이다.
는 정 전 의원이 낙선한 이후인 4월14일에도 김 교감을 찾아갔다. 여기서 김 교감은 또다시 “건방지고 거만하다는 말을 나는 폭언이라는 용어로 이해하지 않았다”며 폭언 보도를 부인했다. 김 교감은 ‘자르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기자가 질문을 바꿔가며 거듭 답변을 유도했지만 끝까지 “내가 들은 건 진짜 없다. 이건 확실하다”며 거듭 부인했다. 오히려 “(이른바 ‘70%’ 답변은)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인데 (가) 이 질문에다가 덧붙여놨다”며 항의했다.
결국 가 스스로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폭언’을 한 사람은 물론, ‘폭언’을 들은 사람도 뚜렷하지 않다. 오직 와, 가 제보자라고 밝힌 정청래 전 의원의 상대 진영 관계자가 유일한 ‘폭언’의 목격자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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