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청구 및 소송 대행해주는 정보공개연구소 창립…공무원들의 배타적 자세 바꾸는 계기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제1조 목적.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
기관의 막무가내식 결정 사례들
1998년 1월1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시행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세 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정보공개법을 가진 나라가 됐다. 이후 ‘민감한’ 정보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판공비와 관용차 사용 현황 등 구체적인 예산 사용 내역과 전국 병·의원의 제왕절개·항생제 이용 현황 등이 대표적이었다. 10년 사이 정보공개 건수는 2만6천여 건에서 30만여 건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정보공개를 이용하는 주체도 전문가 단체에서 언론과 일반 시민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렇다면 정보공개 청구 제도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잘’ 뿌리를 내렸을까? 불행하게도 이용자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평이다.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가 2006년에 조사한 정보공개 청구자들의 이용 만족도는 62점에 불과했으며, 정보공개를 둘러싼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 분쟁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기에는 기관들과 공무원들의 배타적 자세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한 언론사의 ‘공항 귀빈실 사용 내역’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관련 서류들이 폐기됐다”고 허위로 답했다가, 공문서 파기 혐의로 고발당한 뒤에야 검찰에서 “사실은 서류들이 존재한다”고 실토했다. 또 국회 사무처도 지난해 ‘의원들 해외여행 현황’ 자료에 대해 “복사는 안 되고 열람만 하라”며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나는 고집을 부리다가 소송을 당해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거쳐 원하는 성과물을 얻은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 정보공개 청구자들은 기관들의 막무가내식 결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개인들이 수행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구제 절차 이용이 손쉬워질 전망이다. 각종 정보공개 청구 및 소송을 대행해주는 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정보공개법 시행 즈음 만들어진 기록관리 전문 연구기관인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 정보공개연구소 창립을 선언한 것이다. 정보공개연구소는 언론과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는 물론 비공개 결정에 대한 소송도 대리해주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실태를 분석해 사회에 고발하는 활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정보공개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폐쇄적인 태도가 강화되는 추세인 점은 정보공개연구소 활동에 더욱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4월 보건복지가족부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당하도록 해 업무 정지된 병원명과 기간, 과징금 부담액’을 공개해달라는 신청에 대해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을 들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정부 때 전국 병원별 제왕절개 분만 비율과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분 비율 등을 공개한 것과는 정반대 결정이다. 또 이명박 정부는 정보공개·기록관리와 관련한 각종 위원회의 폐지·축소 방침을 발표했으며, 지난 5월에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과장급으로 재직 중이던 연구직 공무원 8명 가운데 6명이 보직 해임되고 모두 일반직 공무원으로 교체돼 정부 기록관리의 전문성이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위축
이승휘 한국국가기록연구원 부원장(명지대 교수)은 “지난 10년 동안 국민의 알 권리에 기반이 되는 기록관리를 위해 연구와 활동에 매진했다면, 앞으로 10년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정보공개 청구 연구 및 운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정보공개연구소 설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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