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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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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의 ‘빼도 박도’ 못하는 땅

등록 2008-06-06 00:00 수정 2020-05-03 04:25

땅값은 내리고 강제매각 대상에 양도세 중과… ‘다운 계약서’로 계약했으면 수천만원 내야

▣ 춘천=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최근 몇 주 동안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광우병 파동’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사람마다 답변은 제각각이겠지만, 상당수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꼽을 것 같다. 강원 춘천시에 땅투기한 의혹과 더불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보도를 막으려 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사퇴론까지 일었지만, 광우병 정국이 전개되면서 여론의 타깃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땅투기 논란도 함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은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보기 위해 지난 5월18~19일 ‘뒤늦게나마’ 이 대변인의 땅이 있는 춘천 신북읍 산천리 현장을 찾았다.

은퇴해서 살 곳이 도로변?

우선 “회사 동료 등과 노후생활을 대비해 샀다”는 이 대변인의 초기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이 대변인이 소유한 600여 평의 땅은 도로와 맞닿아 있는 논이어서, 조용한 노후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신북읍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은퇴해서 살 곳이라면 한적한 산기슭에 있는 땅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곳이 좋을 텐데, 거기는 바로 길가인데 무슨 노후 생활이냐”고 말했다.

다음으로 땅투기인지 여부를 두고서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설명이 갈렸다. 조완형 춘천 신북읍장은 “이 지역은 군부대도 많고 시내와도 떨어져 있어서 땅값이 오를 수 없는 지역이다. 땅투기를 하려면 이곳에 땅을 살 이유가 없다. 뭣 모르고, 누가 같이 사자고 하니까 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회 신북지회장인 이재환(53)씨는 “그게 투기지, 아니면 뭐겠냐”고 잘라 말했다. “투기가 아니면 서울 사람이 이 시골까지 찾아와 땅을 살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대변인이 소유한 땅의 입지를 살펴보았다. 당장의 개발 호재와는 거리가 먼 시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춘천시청은 이 대변인 땅 바로 옆에 위치한 춘천막국수박물관에서 시내 방면인 신북읍 사거리까지 도로를 4차로로 넓히기 위한 토지 매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이와는 반대쪽인 사북면 방향으로도 터널이 뚫리고 화천까지 이어지는 큰길이 개설될 계획이 서 있었다. 게다가 사북면 쪽으로 자동차로 1~2분가량 거리인 지점에서는 춘천시 외곽순환도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외곽순환도로 사업은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사에 들어갔으며,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곽순환도로가 완공되면 양양과 춘천을 잇는 ‘잼버리 도로’를 거쳐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와도 곧바로 연결이 된다. 시내에서 떨어진 신북 지역이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에 춘천시청 유치 운동, 혁신도시 유치 가능성 등이 결합되면서 현지인들에게 개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한다. 이 대변인의 땅이 있는 신북읍 산천리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북면 고탄리에서 만난 한 30대 농민은 “몇 년 전부터 신북으로 시청이 이사올 수도 있다는 말이 돌면서 외지인들이 신북에 땅을 많이 샀다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현재 주민들은 시청이 옛 미군 기지인 캠프페이지 터에 건립될 가능성이 커 신북읍에 유치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었다). 이 대변인 땅이 위치한 산천리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는 60대 농민도 “(이 대변인이 땅을 산 2004년 11월) 당시는 춘천에 혁신도시가 유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춘천시 전체의 땅값이 들썩거리던 시절이었다. 한 평(3.3㎡)에 5만원 하던 땅이 순식간에 10만원, 15만원으로 올랐다”며 “게다가 그쪽은 도로도 4차로로 확장되고 교통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고 말했다. 투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이나 혁신도시 유치가 무산되면서 땅값은 이후 크게 오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대변인의 땅도 현재 땅값이 매입 당시보다 조금 떨어졌다. 현지에서는 이 대변인이 한 평(3.3㎡)당 20만원 또는 22만원에 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20만원에 내놓아도 살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중평이었다.

그런데 매입 당시보다 떨어진 땅값은 이 대변인에게 단지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다’는 것 이상의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산천리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는 60대 노인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혁신도시·시청 유치설로 땅값 뛰던 곳

“그 땅을 평당 22만원에 샀다던데, 지금 그 땅은 잘 쳐줘도 평당 20만원 정도야. 땅을 사서 손해를 본 거지. 그런데 땅을 팔기도 쉽지 않을 거야. 당시는 실제 거래된 값보다 (세무당국에) 낮게 신고하던 시절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모두 실거래가 신고거든. 어떻게 잘 풀려서 매입했던 값 정도로 되판다고 하더라도 서류상으로는 많은 차익을 남긴 셈이 돼. 그 사람이야 직접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어서 양도세 중과세(60%) 대상일 텐데, 손해 보고 팔려고 해도 세금을 엄청나게 내야 하니, 참 곤란할 거야. 그 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니까, 허허.”

실제 거래값보다 낮은 공시지가 정도로 매매값을 신고하는 ‘다운 계약서’ 관행을 따른 점이 이 대변인에게 족쇄가 돼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재산공개 때 땅값으로 4032만원을 신고했지만, 당시 거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연히 1억원은 넘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가 1억원 이상에서 이뤄졌고 세무 당국에는 4천만원가량으로 신고했다면, 실제 매입한 가격 정도로만 매각하더라도 서류상으로는 2~3배 차익을 본 셈이 된다. 이는 곧 수천만원 상당의 양도세를 물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이 대변인 소유 땅 길 건너편 토지 1천여 평이 최근 평당 20만원씩 2억여원에 팔렸는데,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알려진 원래 땅주인이 자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가 높게 매겨져 6천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했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이 대변인으로서는 땅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였다. 이 대변인이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구입할 수 있는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를 구입한 만큼 강제매각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춘천시 농정과는 5월21일자로 이 대변인 쪽에 처분의무 통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정과의 한 직원은 “처분의무 통지가 나갔기 때문에 5월21일로부터 1년 안에 땅을 팔아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6개월 이내에 팔라’는 처분 명령이 나가게 된다. 그 기간이 지나서도 팔지 않을 경우엔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개발 가능성은 도지사 손에 있지만…

물론 이 땅이 절대농지에서 풀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권한은 현재 도지사에게 있다. 하지만 이 땅을 소개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진선 강원도지사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이 땅을 개발 가능 지역으로 풀어줘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대변인은 어줍지 않은 실력으로 투기에 나섰다가 일이 잘못 풀리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이 대변인은 5월29일 실제 땅 매입액과 땅을 산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 “현재 중국에서 대통령을 수행 중인 관계로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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