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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새터민이 새터민에게 건네는 희망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한 말입니다.”
4월18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새터민(탈북자) 청소년을 위한 ‘꿈나무 금융경제교실’이 열렸다. 이날 강연자는 은행원이 된 새터민 조현성(27)씨.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때는 흑인을 대놓고 비하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꿈을 갖고 투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흑인 대통령 후보가 나올 만큼 미국 흑인들의 삶은 개선됐습니다.” 조씨는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얘기했다.

조씨는 지난해 기업은행 상반기 공채에서 1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지금은 남동공단 지점에서 계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련된 서울 말씨를 썼지만 간혹 북한 억양이 묻어나왔다.

조씨가 남쪽으로 온 것은 지난 1998년. 1년 전 국경을 넘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18살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아버지는 탈출 경로를 알아보겠다고 길을 나섰는데 소식이 끊겼어요. 저 역시 아버지를 따라 국경을 넘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체포됐고,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탈출했죠. 다행히 아버지를 만나 이듬해 11월 한국으로 왔습니다. 2001년에는 어머니와 동생까지 온 가족이 남쪽으로 왔어요.”

이날 새터민 학생들은 남쪽 생활이 힘들 때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물었다. 조씨의 답은 간단했다. “매일 두만강을 건너 고향 집 앞에서 어머니를 만나는 꿈을 꿨어요. 하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지켜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생활했습니다.”

직장 생활 7개월째. 열심히 생활하는 조씨는 “일을 배우느라 여자친구 사귈 시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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