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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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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덕] 의료보험 민영화, 아빠가 뿔났다

등록 2008-04-04 00:00 수정 2020-05-03 04:25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주류 배달업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 문광덕(33)씨는 요즘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서울 청계광장을 찾는다.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1인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새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알아보다가 우연찮게 의료보험 정책을 살펴보게 됐어요. 의료보험 민영화와 의료보험당연지정제가 뭔지도 몰랐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아찔해지더군요.”

문씨에게 새 정부의 의료정책이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 건희(5) 때문이다. 건희는 생후 20일 만에 대수술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다시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 첫 수술 당시 수술비는 4천만원. 하지만 의료보험 혜택과 심장재단의 후원이 있었기에 문씨의 부담액은 600만원에 그쳤다. 문씨는 “어려운 형편에 600만원도 큰돈이었지만, 그래도 건강보험 덕분에 치료도 하고 가족들도 먹고살 수 있었다”며 “의료보험이 민영화되고 의료보험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우리 건희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이런 나쁜 제도는 어떻게 해서라도 꼭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퇴근 뒤 ‘국민 생명 외면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필요 없다’는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향하는 문씨의 목소리에 서러운 힘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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