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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우] 이덕우 변호사, 과로 탓 실신

등록 2008-03-21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3월12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 8층 조사실.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특검에 출석한 이덕우(51) 변호사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실신해 쓰러졌다. 과로 탓이었다. 사람들이 급히 셔츠를 풀어헤쳐줬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변호사는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이날 오후 퇴원했지만,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그의 넓은 오지랖 때문에 여러 곳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으로 털어놓은 뒤부터 이 변호사는 ‘삼성 문제’에 줄기차게 매달려왔다. 실신해 쓰러진 날도 새벽까지 삼성 비자금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진보신당 공동대표로 현실 정치에도 발을 담가 휴일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삼성 문제에 같이 매달리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이 변호사를 ‘인권’이란 키워드로 풀이한다. “어두운 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도와주는 데 항상 앞장서 나서는 천사 같은 분이다.” 이 변호사는 ‘김훈 중위 사건’을 맡아 10년 동안 변론을 진행해왔고, 핵 폐기장 반대 운동에도 앞장을 섰다. 남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것으로 법조계에 정평이 나 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데서 그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보성고·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0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외협력 간사,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그에겐 인권이 늘 화두다. 민주노동당 탈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을 재건하는 일의 맨 앞자리에 서 있기도 하다. 그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위한 변호에도 열심이었으며, ‘수지 김 사건’을 맡아 결국 승소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욕심이 없는 분이고, 정이 많아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돈 안 되는 변호’만 주로 맡고 있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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