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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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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피플] 뭐라 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피플’

등록 2008-02-01 00:00 수정 2020-05-03 04:25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누구에게나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요일 오후 6시 이후의 시간이 그렇다. 우선 천천히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한다. 그러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댄 채 책상에 두 발을 걸쳐놓는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켜두고 캔맥주를 옆에 두면 더 좋다. ‘플라스틱 피플’의 음악은 이런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플라스틱 피플을 이끌고 있는 김민규(37), 윤주미(33) 두 사람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도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처음 귓바퀴를 두드린 곡은 이란 제목의 노래였다. 두 사람의 음악은 정치팀 기자의 언어로는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그 자체로 ‘뭐라 하기 어려운 커피맛’이랄까.

김민규의 목소리와 기타 사운드는 나른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윤주미의 노래는 몽환적이다. 젊은 사람의 들뜬 감성을 자극하는 법도 없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열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것 같은데, 묘한 중독의 포스가 느껴진다.

인터넷을 찾아봤다. 2인조 포크록 밴드라고 나와 있다. ‘플라스틱 피플은 음악전문 잡지 (Sub)의 기자 출신이자 밴드 메리고라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김민규가 보컬리스트이자 드러머인 윤주미를 만나 2000년에 결성한 팀’이라는 설명도 있다.

우선 기자 출신이 음악을 한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김민규는 “음악잡지 에서 밴드들과 인터뷰하면서 점점 음악에 대한 욕심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자 음악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건 윤주미도 비슷하다. 그녀도 처음부터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 김민규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원래 직업은 의상 디자이너였다.

하긴 정치부 기자가 정치를 하는 사례는 흔한데, 음악 담당 기자가 음악을 하는 것을 이채롭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정치부 기자 중심의 사고일지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다만 김민규에게 음악은 욕구라기보다는 기쁨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성격에도 잘 맞는 일이라 해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물론 욕구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에 욕구를 감정에만 기대지 않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삶의 낙’과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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