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이선옥 객원기자 namufree@hanmail.net
지난 11월10일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올해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이 시상식에 앞서 전태일의 삶을 더듬어보고자 다리를 방문한 것이다. 이곳에는 전태일을 기리는 문학상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아빠와 딸이 수상한 이재관(45)씨와 딸 솔(18) 부녀도 함께했다.

이씨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동자 글쓰기 일꾼이다. 현대중공업 골리앗 파업으로 겪은 감옥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보리 펴냄)으로 1997년 전태일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꼭 10년 뒤인 올해, 솔이는 노동운동을 하던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평생 꿈인 농사일을 위해 시골로 이사해야 했던 일과, 대안학교라는 낯선 삶을 선택하면서 겪은 일을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적어내 전태일청소년문학상 금상(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상)을 받았다.
부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상을 받은 소감을 물으니 한마디로 “가문의 영광”이라며 함박웃음을 보인다. ‘수상’ 보다는 ‘전태일문학상’에 더 방점을 찍기 때문에 이거야말로 가문의 영광 아니겠냐고. 이씨 부부는 딸의 글을 읽으며 대견한 마음이 들었단다. 노동운동과 감옥살이로 헤어져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귀농과 대안학교 입학 등 남다른 삶을 선택한 부모 때문에 겪었을 마음고생이 뻔한데 이렇게 잘 커준 딸이 고맙다고. 더욱이 고3인 솔이는 올해 ‘진보대학’인 성공회대에 합격했다. 겹경사다.
이씨는 농사를 짓는다. 제 몸을 불살라 많은 이들을 살리려 했던 전태일을 기억하기에 생명과 직접 관련된 것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고구마 밭을 뒤집고 간 멧돼지떼에게, ‘산돈님은 각성하라!’는 애교 섞인 플래카드를 걸어놓아 이웃들에게 웃음을 주는 그.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농부’(www.cafe.naver.com/nongbooo)에는 공존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알음알음 모여 서로를 북돋아준다. 글에는 노동하는 삶이 담겨야 한다고 믿는 아빠, 이를 옳다고 여기는 딸, 그리고 이들처럼 글과 삶 모두를 올곧게 지켜가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전태일문학상까지…. 이들이야말로 ‘한국 문단에 쏟아진 은근한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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