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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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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량] 꽃 같은 청춘을 낭독하다

등록 2007-11-10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청춘은 꽃과 같아요.” “나는 세상을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시구 같은 ‘다정한’ 말들이 젊은 남자 입에서 솔솔 흘러나온다. 스물다섯,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차지량씨는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한다. 자기 얼굴을 그려넣은 탬버린을 치면서 인디밴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직접 쓴 소설을 타이핑해 표지디자인부터 제본까지 손수 한 ‘수제 책’을 네 권 펴냈다. 책을 판 돈으로 건물 3층 높이에 넓이 42㎡인 대형 조형물 를 만들어 지난 8월 홍익대 앞에서 열린 프린지페스티벌에 전시했다. 얇은 필름 수백 장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낮 12시가 되면 작품 주변을 지나가는 ‘존재들’에 빛을 뿌린다.

차씨가 11월에 선보이는 건 복합공연 ‘꺾어진 청춘낭독’이다. 청춘을 주제로 한 음악, 영화, 전시, 낭독이 한데 어울리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이유를 묻자 “꽃도, 청춘도 아름답지만 어디에도 수용되지 못하고 어느새 꺾어지잖아요”라고 말한다.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찍고, 조형물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청춘의 열정은 엄청난데 그걸 펼칠 만한 곳이 없어요. 기성 갤러리나 극장에 들어가기 쉽지 않죠. 우리가 직접 만들고 우리 그릇에 담아내기로 했어요.” 생각을 같이하는 또래 10여 명이 힘을 보탰다.

이번엔 영화 작업도 했다. ‘꺾어진 청춘낭독’에 상영되는 영화 의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았다. “영화 출연은 두 번짼데, 이 역할은 꼭 제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꽃을 좋아해서 꽃집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 짜인 공간에서 적당히 사는 게 싫어 대학을 그만둔 경험 등이 모두 자신의 것이다. 20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전환’이 두 번이나 있다며 “꼭 보러 오라”고 말한다. ‘꺾어진 청춘낭독’ 복합공연은 11월10일 서울 안국동에 있는 카페 사막에서 펼쳐진다. 전시는 11월7일부터 30일까지 계속된다. “스무 살 초반에는 뭐든 즐겁게 해서 기쁘고 좋았지만, 지금은 잘하고 싶어요.” 예전과는 달라진 20대의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청춘의 모든 것들을 이번 공연에 담았다고 한다.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없이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거나, 청춘이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들이 들러보면, 차씨와 그의 친구들이 말없이 응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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