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제 두 달 남은 대선이 서울시립대 염인호(51·사학과 교수) 박물관장에겐 꼭 자기 일만 같다. 사실 그도 ‘선거전’을 치르는 탓이다. 후보 간 정쟁은 아니다. 사연 많은 이 땅의 선거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 얘기다. 그가 12월6일까지 박물관에 마련한 자리는 ‘선거전(前), 다시 보는 선거’전(02-2210-2285). 일제 때부터 2000년대까지 선거 홍보물과 비품, 영상, 사진 등의 역사를 간추렸다.
“희귀 선거 사료들이 꽤 많습니다. 1930년 경성 부의회 선거 유인물, 당시 경기·경북 도의회 선거 추천서, 30년대 광화문 사거리 비각에 내걸린 부의회 출마자들의 나무 명패 등을 보십시오. 선거 전통은 미군정이 아닌 일제 때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장을 죽 들어가니, 48년 5·10 제헌의원 선거 당시 나무궤짝 투표함, 투표용지 모형 등이 있다. 56년 대선 때 자유당 정부통령 후보 초상을 남대문 누각에 뒤발한 사진, ‘못살겠다. 갈아보자’ 구호가 찍힌 56년 민주당 대선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60년 3·15 부정선거로 부통령에 당선된 이기붕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 박정희·윤보선이 대결한 63년 대선 포스터, 김대중·박정희가 맞선 71년 대선의 전말을 담은 동영상 등도 보인다.
“지난 4월 운영위원 한 분이 선거를 테마로 전시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손뼉을 탁 쳤죠. 역사적 맥락에서의 역대 선거 양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과 군 시절 겪은 78년 총선과 85년 총선이 독재체제 붕괴의 서막이 된 것을 보면서 역사를 바꾼 투표의 힘을 실감했거든요. 자료가 문제였는데, 김지연 학예사 등이 밤낮으로 수집·정리하고 도왔습니다.”
투표함 따위의 선거 물품 등을 빌려준 중앙선관위에는 70년대 이전 자료들이 별로 없었다. 학예사들이 인사동 골동·고서점을 뒤졌다. 어렵게 사들인 30~60년대 선거 유인물, 사진 등 500여 점을 바탕으로 전시장을 일제시대, 이승만·박정희 정권, 87년 ‘1노3김’의 13대 대선 등으로 갈랐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선거가 국민의 목소리를 터뜨리는 분출구이자 통합의 장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엔 선거의 소중함을 모르지요. 6월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듯이 지금 선거는 국민들이 싸워서 발전시킨 산물입니다. 대선 때 꼭 투표하십시오. 그 전에 먼저 이곳에서 선거의 추억을 느껴보고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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