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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민] 이랜드 투쟁사, 내가 다 담았소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그곳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여름 9박10일씩 매장 점거 농성을 벌일 때 그 또한 현장에서 박스 깔고 매장의 찬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경찰들이 아주머니 노동자들을 끌어낼 때도, 아주머니들이 거리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서울지방노동청장실을 점거했을 때도 그 옆에 묵묵히 앉아 ‘피곤한’ 그들의 24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임춘민(30)씨는 지난 5월 말부터 그렇게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5개월째 매일 함께하고 있다.

“이번 이랜드·뉴코아 사태는 법 때문에 내침을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사건이에요. 처음 집회 현장에 갔을 때는 아주머니들이 양산을 챙겨오시곤 했어요. 투쟁가는 제대로 따라 부르시지도 못했죠. 그러다 성과 없이 4개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8박자 구호’를 선창하는 것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투사들로 바뀌었어요. 이분들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임씨는 2003년 4학년 때 우연히 비디오저널리스트(VJ) 강좌를 들었다. “원래 저는 완전히 기계치였어요. 근데 카메라를 작동하는 것부터, 그 안에 세상이 담겨져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임씨는 다큐멘터리의 길로 들어섰다. 김진열씨가 연출한 빨치산 할머니들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다큐멘터리 의 조연출 생활에 이어, ‘민들레 사랑방’이라는 대안학교 청소년들의 일상을 다룬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엮은 등을 연출했다. 이번에 그가 담아낸 뉴코아 아주머니들의 일상은 네 번째 작품이 될 예정이다.

“기성 언론들처럼 들썩이는 관심이 아니라, 담담하고 꾸준하게 관찰해서 현장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임씨의 다짐이다. 지금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현장은 투쟁 기간이 100일을 훌쩍 넘기면서 지쳐 있다. “간혹, 개인 생활고의 문제 등 때문에 다른 길을 찾아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남아야죠.” 부당해고에서 시작해 점거투쟁, 봉쇄투쟁, 거리집회, 연행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단한 일상은 임씨의 카메라를 통해 빠짐없이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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