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10월5일 인천 인하대 광장 앞. 사람들이 가로·세로 3m 커다란 흰 종이 위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종이 한가운데에는 ‘지금, 여기’라는 의미심장한 두 단어가 쓰여 있다. 뭐하는 걸까?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거예요. ‘지금, 여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곳이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지금, 여기’ 오기까지 거친 장소와 해온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커다란 마음의 지도’예요.” ‘마음의 지도’ 프로젝트를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미술작가 홍보람(30)씨의 설명이다. 홍씨는 달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들을 선보이는 인디밴드 ‘포츈쿠키’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씨가 ‘지도 그리기’를 시작한 건 2002년. 서울대 판화과 대학원을 다니던 중 핀란드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원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너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핀란드에 가니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무서웠어요. 팔다리 묶인 사람처럼 자유롭지 않은 거예요. 시간이 가면서 나아졌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사람을 사귀는 것처럼 ‘공간, 장소’와도 시간을 두고 정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홍씨는 그때부터 ‘정붙인’ 장소까지 가는 길을 그렸다. 헬싱키항의 어시장, 할머니들이 물건을 내놓고 파는 벼룩시장 등이 홍씨가 맡았던 냄새, 사람들의 몸동작, 가는 길에 있는 풀꽃 등과 함께 지도로 그려졌다. 한국 오기 직전 2003년 2월 핀란드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마음의 지도’는 크게 두 가지다.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길을 그리는 ‘커다란 마음의 지도’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장소를 그리는 ‘내게 가장 소중한 장소’. 참여하는 사람들은 친구와 이야기하던 동네 벤치, 헤어진 남자친구와 갔던 타이 어느 바닷가, 고등학교 시절 안식처였던 도서관 등까지 가는 길을 ‘기억’을 통해 재구성한다. 올해는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8월부터 인천에서 주로 작업을 진행했다. 10월12~13일 인천 자유공원으로 가면 홍씨가 마련한 큰 종이 위에 ‘내 삶의 여정’을 직접 그려볼 수 있다. 12월에는 그동안의 작품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인천 한중문화회관에서 전시회도 연다. www.mind-m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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