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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만 흘러들어 한류우드인가

등록 2007-10-05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2구역 사업자 선정 잇따라 무산되면서 위기 맞은 경기도 한류우드 사업</font>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경기도의 ‘한류우드’ 사업이 난기류를 만났다. 배용준, 대장금, 보아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상품화, 관광화하겠다는 것이 한류우드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고양시 대화동과 장항동 일대에 대규모 한류 문화시설과 테마공원, 호텔 등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05년 1월 경기도가 한류우드 조성 계획을 처음 발표할 때부터 문화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턱없이 부족한 문화·예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한류의 일시적 인기에 편승한 즉흥적 구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한류와 미국의 ‘할리우드’를 합성한 한류우드라는 작명부터 ‘코미디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2차 입찰도 신청 업체 한 곳도 없어

이런 가운데 최근 한류우드 2구역 사업자 선정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업계획 자체가 추상적인데다 사업 절차상의 문제점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경기도는 9월14일 한류우드 2구역 2차 입찰을 실시했지만 신청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실시됐던 1차 입찰 역시 신청 업체가 없어 무산된 바 있다.

한류우드 2구역은 99만4666㎡인 전체 사업부지 가운데 일부인 9만4천여㎡를 말한다. 경기도는 2구역에 25~50층 규모의 주상복합 시설 1500가구와 750실 규모의 호텔, 주차장 등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프라임산업 등 11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는 1구역이 테마파크와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 2구역은 주상복합 아파트 중심의 숙박 단지, 3구역은 호텔 중심의 숙박 단지로 추진되고 있다. 한류우드 단지 전체로 본다면 모두 180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6천 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는 셈이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6천 실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적정한가다. 게다가 한류우드 완공 시점과 맞물려 고양시에서는 바로 옆 일산 킨텍스 지원부지에 약 1천 실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당연히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숙박시설을 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류우드 부지에 대규모 호텔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수도권 일대의 숙박시설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면서도 “업체 관계자들과 협의해서 호텔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우드 2구역 조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단 건설업체 처지에서는 사업성이 높지 않은 호텔을 750실이나 지으라는 것도 불만이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높지 않다는 점 때문에 참여를 꺼리고 있다.

“주상복합 1800가구 무리하게 끼워넣어”

이와 별도로 한류우드라는 관광·숙박 단지 안에 주상복합 시설을 짓겠다고 한 경기도의 계획에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허천 한나라당 의원은 “한류우드 사업을 심의한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는 한류우드의 주상복합 시설 규모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지만 경기도가 이를 묵살,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한류우드 안에 들어서는 숙박시설이라면 당초 사업 목적인 외국인의 숙박과 관광에 맞도록 레지던스나 호텔로 지어야 마땅한데도 경기도가 이를 지적한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지시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경기도가 더 많은 토지 매각 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류우드 취지와 동떨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 1800가구를 무리하게 끼워넣었다는 것이 허 의원의 주장이다. 주상복합 아파트 부지는 호텔 부지에 비해 3~4배가량 높은 금액으로 매각될 것으로 경기도는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가 주상복합 아파트 규모를 고집하는 이유는 사업비 확보와 관련이 있다. 경기도가 내놓은 ‘한류우드 개발컨셉 및 추진방향’ 책자를 보면 경기도는 모두 2조7천억원에 달하는 한류우드 사업비 가운데 민간이 스스로 투자하는 1조8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500억원의 공공사업비 전액을 용지 매각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각한 1구역 부지를 통해 1888억원을 이미 확보했다. 2, 3구역 부지 매각도 마저 마무리지을 경우 모두 9천억원의 토지 매각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경기도는 내다봤다.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한류우드 사업에 경기도민의 세금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지시까지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주상복합 시설을 끼워넣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는 것이 허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승도 한류우드 사업단장은 “허 의원의 지적도 충분히 수용하지만, 한류우드 사업부지 30만 평이 하나의 기업도시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한류우드 종사자들의 주거공간 마련과 야간의 공동화 현상 예방을 위해서는 1800가구의 주상복합 시설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분양가가 예상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한류우드 종사자들의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경기도의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한류우드가 일산 신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점을 볼 때, 야간 공동화 현상에 대한 경기도의 우려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정작 한류 콘텐츠 채우기는 고민 안 해

경기도가 한류우드 안에 주상복합 아파트 1800가구를 짓겠다고 하면서도 뚜렷한 학생 수용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한류우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교육청에서는 지난 5월 “한류우드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는 초등학생들을 인근 초등학교로 분산 수용하는 것은 통학 거리가 멀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경기도에 전달했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통학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양교육청과 협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경기도와 고양교육청은 최근까지도 이 문제의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류우드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기도 관계자들도 일부 시인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애당초 한류우드 사업을 지나치게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호텔의 수요를 너무 높게 예상한 부분과, 이름은 한류우드라고 하면서 정작 한류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는 10월11일 경기도 제2청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류우드 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경기도가 난관에 직면하고 있는 한류우드 사업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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