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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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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필관] 따뜻한 예술이 퍼지는 레스토랑

등록 2007-07-27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재원 인턴기자 arsenlupin007@cyworld.com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7월, 북한산 중턱에서 재즈가 울려퍼진다. 소리의 근원지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아트 포 라이프’. 성필관(53)씨가 이곳 주인장이다. 지난해 공연장에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아트 포 라이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7월에는 토요일마다 장맛비의 우중충함을 씻어내고자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8월에는 ‘바로크 음악 페스티벌’이 보석 전시회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5만원에 맛있는 밥은 물론 최고의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고 말하는 성씨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스케줄이 꽉 차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아트 포 라이프’ 주인장 성씨는 한때 최고의 오보에 연주가였다. 21살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으로 임명된 뒤, 28살에 한양대·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모자람 없는 클래식 연주자의 삶을 살던 그는 38살이 되던 1992년 갑자기 ‘더 배우고 싶어’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5년간의 파리 유학은 그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서울에서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었구나. 그동안 너무 물질에 집착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1997년 한국에 돌아온 뒤 삶의 방식을 바꿨다. 한옥을 구입해 공연 공간인 ‘아트 포 라이프’로 직접 개조하고 텃밭도 일궜다. 돈 벌어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땀 흘리며 노동하는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단순 공연장이던 ‘아트 포 라이프’를 홈메이드 레스토랑으로 변신시켰다. 텃밭에서 성씨가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와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가 주재료인 음식들을 선보였고 단골 손님들도 늘었다. 성씨의 아내 용미중(45)씨는 여기에 ‘봉사’까지 보탰다. ‘아트 포 라이프’ 공간에서 만난 15명의 예술가, 의사, 사업가 등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나훔봉사회가 그것이다. 성씨 부부는 나훔봉사회를 통해 투병 중인 부모의 자녀들을 위한 펀드를 만들었다. 매년 15명의 아이들 이름으로 펀드를 운영해 이들이 18살이 되면 지급한다. 성씨가 만든 공간 ‘아트 포 라이프’는 그의 말대로 “예술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곳”이다. 예술을 나누고픈 이들은 마음이 허허로운 저녁, 북한산 중턱에 들러보자. 사랑을 나누고픈 이들은 다음 계좌번호로 후원금을 입금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1002-029-54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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