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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홍 교수] 대부업, 공부합시다

등록 2007-06-29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부업을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는 목적을 내걸고 6월18일 출범한 ‘소비자금융 연구소’의 둥지는 단국대 천안캠퍼스 안이다. 초대 소장을 맡은 심지홍(57) 교수 연구실이다. 심 소장은 출범 11년을 맞은 한국질서경제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심 소장은 6월21일 전화 통화에서 “(서민 생활에 적지 않은 해악을 끼친다는 질타를 듣고 있는) 대부업을 건전화하기 위해선 3만~4만 개로 추정되는 불법(미등록) 대부업체들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등록하고 장사하는 1만7천 개는 그나마 나은 경우입니다. 등록한 업체들이 TV광고로 혼나고 있는데, 이들 업체가 죽으면 대부업 수요는 더 아래로 내려가 결국 서민 피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수면 아래 두껍게 깔려 있는 불법 영역을 감안하지 않은 대응책이 잦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심 소장의 소비자금융 연구소는, 무려 700만 명에 이르는 저신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도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부업 시장을 순화하고 양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공정경쟁 질서를 중심으로 경제 분야의 질서 문제를 연구하는 질서경제학회에서 2년 전에 대부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한번 하고 보니 생각보다 반향이 컸고 중요한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해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과 공동으로 대부업 관련 백서를 내기도 했고…. 대부업을 전문으로 다루는 데가 하나도 없으니 별도 연구소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보자는 쪽으로 얘기가 진행된 겁니다.”

심 소장은 한국의 주류 경제학자들과는 꽤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학부(서울대 과학교육·독어독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었으며, 경제학 박사 학위는 (미국이 아닌) 독일(콘스탄츠대)에서 받았다. 대학 시절 ‘과학’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그는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같은 독일 작가들에 심취했고, 이는 ‘독일’에 이어 ‘경제학’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독일에 건너갔다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중간 영역인 사회과학의 한 분야, 경제학이 괜찮을 듯해서” 평생 전공으로 삼았단다. 독일에서 배운 경제학은 영미 경제학과 달리 적절한 정부 개입을 주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설명하는 대목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독일식 경제학’이 대부업에 어떤 묘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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