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전 편집장 무죄 판결, “ 금창태 사장의 명예훼손 아니다”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eyeshot@hani.co.kr
5월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304호 법정. 고경태 전 편집장(현 한겨레신문 매거진 팀장)은 네 번째 차례였다. 금창태 대표이사(편집인·발행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건 2006고단2192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고경태 피고인 앞으로 나오세요.”
형사7단독 신진화 판사는 피고인석에 서 있는 고경태가 들을 수 있도록 나지막하게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요지는 크게 3가지 쟁점에 관한 것이었다. 편집권 행사-허위 사실 적시-비방의 목적에 대한 판단이다.
“사장 행동대로 칼럼이 사실 적시” 확인
① “피해자(금창태)의 위와 같은 행위(편집국장 등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직접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지시한 점)를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과의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언론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집인의 문제 해결 방식 또는 편집권의 수행 방식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② “피해자가 처음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 관계를 언급하면서 기사 삭제를 권유 또는 지시했다는 점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는 한, 피고인이 칼럼을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명예훼손 우려 발언을 함께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점이 허위 사실의 적시로 평가될 수는 없다.”
③ “피고인이 칼럼을 통해…사실의 적시를 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결론은 안 들어도 충분했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다!” 고경태는 ‘피고인’이, 금창태는 ‘피해자’가 아닌 순간이었다. 금창태는 지난해 자신의 ‘편집권 전횡’을 문제 삼은 고경태의 ‘만리재’ 칼럼( 2006년 7월4일치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을 법적으로 문제 삼았다. 서부지검은 고경태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고경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었다.
이번 판결은 이른바 ‘ 사태’의 진실과 관련해 많은 것을 확인해줬다. 그래서 금 사장이 낸 다른 소송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 사장은 전 편집장뿐만 아니라 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기자협회 등 시민사회와 언론인 단체, 문화방송 과 등 언론사, 서명숙 전 정치경제부장과 고재열 기자 등 언론인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줄소송’을 제기했다.
고재열 기자는 “사법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사태를 둘러싼 기본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판단해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도 일괄 사표 제출해
6월1일 종로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금 사장한테 소송을 당한 개인과 단체들은 연대해 금 사장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다.
기자들은 금창태와의 ‘동거’를 접는 단계로 가고 있다. 15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23명의 기자는 5월 말 노조 집행부에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기자들은 새 매체 창간을 위한 종자돈 모으기와 발기인 모집 등 독자적인 매체 창간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6월, 금 사장이 인쇄소에서 삼성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삭제하면서 비롯된 ‘ 사태’가 꼭 1년째 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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