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bhkim@hani.co.kr
에어플랜트, 리톱스, 코노피튬….
백주현(37)씨 입에서는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는 식물 이름들이 끝없이 튀어나왔다. 그는 우리나라에 없거나 희귀한 외국 식물들을 들여와 파는 일은 한다. 농장이나 화원은 없다. 집 베란다 한켠이 그의 창고다. 식물과 씨앗을 인터넷으로 사고판다.
식물들이 백씨를 거쳐 구매자에게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러다 보니 명이 질기고, 크지 않아 물류비가 적게 들고, 예쁜 식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플랜트’는 사막에 굴러다니면서 살던 식물이에요. 그러니까 한 달 정도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요. 뿌리가 퇴화돼 입이나 줄기로 양분을 먹지요. 죽은 것처럼 보이는데 물에 담가두면 금방 생기가 돌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식물들은 씨앗을 퍼뜨리고 거기서 새싹이 자라잖아요. 얘네들은 새끼처럼 번식을 해요. 게으른 사람들이 기르기 딱 좋은 식물이죠.” 분명히 식물인데 백씨는 애완동물처럼 얘기했다.
그가 원래부터 희귀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가는 데 3년이 걸렸고 졸업 뒤엔 10년가량 각종 고시에 매달리다 취업연령을 훌쩍 넘겨버렸다. ‘고시 낭인’ 생활을 접고 나자 할 일이 없었다. 돈도 없었다. 매장 없이 상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에서 사고팔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 만난 게 에어플랜트였다. 그 뒤 ‘살아 있는 돌’로 불리는 리톱스와 각종 선인장류로 관심이 확장됐다.
“엄지 손톱만 한 리톱스는 종류가 700가지나 돼 보석처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씨앗을 수입해서 파는데 조그만 성냥갑 크기의 상자에 씨앗 수만 개가 들어가요. 처음 구입해서 받아본 분들은 ‘근데 씨앗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기도 하죠.”
그는 ‘과수원집’에서 자랐지만 스스로 키워본 것은 ‘강낭콩’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 ‘얘네들’ 없이는 못산다고 한다. ‘인터넷 화원 사장’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만지는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했지만, 식물을 키우고 분양하고, 다음 카페(리토@에어플랜트 http://cafe.daum.net/airplant)에서 ‘분가한 자식’들이 예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백씨는 카페를 늘려서 정식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여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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