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글·사진 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세계화는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다자주의로 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마리오 텔로(57)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ULB) 유럽연구소 교수는 말끝마다 ‘민간(또는 시민) 권력’(civilian power)을 강조한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지난해 펴낸 등 22권의 책을 펴낸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텔로 교수는 오는 5월18~19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연합 연구그룹’ 워크숍 참석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에서 국제관계를 논할 때 빠짐없이 열쇳말로 등장하는 건 단연 ‘다자주의’와 ‘민간 권력’이다. 텔로 교수는 이 둘을 묶어 “아래로부터 주도하는 ‘민간 권력’을 통해 새로운 다자주의를 열어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다자주의’는 냉전식 일방주의나 양극주의는 물론 핵무기에 기댄 몇몇 국가들이 세력 균형을 이루는 다극주의와도 차이가 크다. 그는 “참여자 모두가 같은 규칙 안에서 상호이익을 믿음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 새로운 다자주의”라며 “세계적 차원은 물론 지역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다자주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텔로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새로운 다자주의’의 사례로 꼽는다. 회담이란 틀 안에서 참여국들이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발판으로 한 걸음씩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원하는 북한과 다자주의 체제 안에서 남북 대화를 원하는 한국으로선 다자주의의 제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유럽연합 등 다른 행위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6자회담을 일종의 정부 간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무대에서 ‘다자주의’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텔로 교수는 “21세기엔 어떤 국제적 현안도 군사력만으로 풀 수 없으며, 이라크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며 “환경오염과 질병, 빈곤과 금융위기, 인도주의적 재난과 원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구촌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민간 권력’을 통해 새로운 다자적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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