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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거부, 헌재의 선택은?

등록 2007-05-11 00:00 수정 2020-05-03 04:24

관련 사건 담당 판사가 직권으로 향군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해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이 제청됐다. 지난 4월18일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송승용 판사가 향토예비군 설치법 15조 8항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 655호(4월17일치)에서 “역대 예비군 거부자들 1329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고통을 알렸다. 네 차례에 걸쳐 이어진 기획연재 ‘양심을 따른 사람들’ 시리즈의 세 번째 기사였다.

병역거부 합헌성 판단의 중간 단계

이번 제청은 판사의 직권으로 이뤄졌다. 보통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피의자가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판사가 제청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의자의 신청 없이 판사가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만큼 법률의 위헌성이 의심된다는 판사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송 판사는 2005년 8월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이후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온 여호와의 증인 신동혁(24)씨 사건을 심리해왔다. 송 판사는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 병역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당시의 헌재 결정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병역거부를 허용할 만큼 성숙했는지 다시금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에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병역거부와 관련된 헌재의 의견을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2년 1월에는 박시환 전 판사(현 대법관)가 병역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헌재는 2004년 관련 병역법 조항에 대해 7 대 2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송 판사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예비군 훈련 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법조항이 현역병 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법조항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결정문에는 예비군 훈련 거부의 특수성도 지적됐다. 판결문은 “예비역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함에 있어 현역병 입영 대상자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와 비교하여 보건대 우리나라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보다 완화하여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국가안보라고 하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가볍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병역거부의 합헌성을 판단하는 중간 단계로 향군법에 대한 판단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과감한 위헌 선언 해야 할 것”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비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에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입법을 촉구했던 헌재의 결정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위 결정(헌재의 입법 권고) 이후 약 2년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수 의견의 권고와 같은 입법적인 보완 노력의 성과물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막연히 입법부의 노력을 권고하거나 이를 기대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제청 대상 조항에 대해 과감한 위헌 선언을 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헌재의 역할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이다. 헌재는 2002년 병역법에 이어서 2007년 향군법에 대해서도 위헌 여부를 가리는 질문을 받았다. 그 사이에 대답은 바뀌었을까, 그대로일까. 이제는 답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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