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유물 반환 운동, 중국도 함께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중국 신장성과 오타니 컬렉션 문제를 공식 논의하고 온 한국의 반환추진위원회

▣ 혜문 스님 오타니 컬렉션 반환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진리는 단순히 한 개인과 민족의 범주를 넘어 세계와 우주를 추구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그동안 일본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과 일본 궁내청이 갖고 있는 ‘조선왕실의궤’를 돌려받기 위한 운동을 펼쳐왔던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 문화재인 ‘오타니 컬렉션’을 그대로 두고 외국에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부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조선왕실의궤 환수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난 3월3일 ‘오타니 컬렉션 반환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결성했고, 그 첫걸음으로 3월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신장성 인민정부와 함께 오타니 컬렉션 문제를 공식 논의했다. 이번 만남에서 위원회와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이하 자치구)는 다음의 여섯 가지 사항에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위원회의 활동을 접한 중국 사람들의 반응은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일”이라며 일이 성사된다면 한-중 두 나라의 우의를 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원칙부터 구체적 절차까지 합의

첫 번째 합의 내용은 자치구와 위원회가 공동으로 반환운동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반환운동의 가장 큰 원칙이자 목표는 문화재를 원래의 제 위치에 돌려놓는 ‘원산지 반환’이다. 두 번째, 자치구 정부는 한국 쪽의 취재와 언론 활동에 협조하고, 중국 언론을 통해 위원회의 반환운동을 적극 소개하기로 했다. 셋째, 반환운동 과정에서 변호사가 필요할 경우 이를 공동 선임하고, 넷째로 자치구 정부는 적당한 시점에 한국 정부 쪽에 공식적인 반환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섯째, 자치구와 위원회는 긴밀한 협조관계를 통해 반환운동을 추진하고, 여섯째로 유엔 차원에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려 7~8월께 반기문 사무총장의 중국 현지 방문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후웨이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부주석은 “위원회의 활동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관심과 중국인에 대한 깊은 우의를 표시하는 활동”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며 “추진위의 활동이 해외로 빠져나간 신장 유물들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오타니 컬렉션 반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문화재를 강탈당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슴앓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 것은 돌려받고 남의 것은 돌려주지 말자는 이기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재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넘어 ‘양심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강대국의 이권 각축장으로 추락한 역사를 경험한 우리 민족이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부끄러움을 돌려주는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것은 한 사람의 승려로서 내가 생각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또 그것은 문화재 환수운동이 지향해야 할 ‘제자리 찾기’의 좌표이기도 하다.

자꾸만 떠오르는 백범 김구의 말

오타니 컬렉션 반환 움직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중요한 것은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의냐 아니냐일 것이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헤아려봐도 나는 오타니 컬렉션을 원소재지로 반환하는 것에 추호의 거리낌이 없다. 오타니 컬렉션을 원소재지로 돌려주자는 운동을 왜 우리 스스로 먼저 제기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백범 김구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하지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