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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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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평] 돌멩이 하나, 흙 한 줌도 추적하라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문화유산 답사는 낯익어도 자연사 답사는 낯설다. 10년째 전국을 누비고 있는 자연사 답사가 이우평(41·인천 신송고 교사)씨. 그는 돌과 흙을 추리의 재료로 삼아 한반도 기원 30억년의 비밀을 캐는 ‘자연사 탐정’이다.
“1995년 한겨레신문사가 펴낸 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지질·지리학 전공자도 아닌 기자가 이렇게 한국의 산하를 지질학적으로 보기 쉽게 정리했다니.”

지리학자도 외면했던 일을 비전공자가 번듯이 해놓은 걸 보고, 그는 지리 교사로서 반성했다고 한다. 그 뒤, 이씨는 이 책을 ‘바이블’ 삼아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그리고 강원도 양구군의 현리 해안분지와 정동진 해안단구를 헤집으며 정밀히 조사한 지역만 60곳. 그러던 중 1997년엔 홈페이지(http://ssrr.new21.net)를 열어 답사기를 차곡차곡 쌓았다. 어려운 지질학적 개념은 따로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제작해 싣고,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지질학 용어는 쉽게 풀어 올렸다. 개인 홈페이지에 왜 그렇게 정성을 들이느냐고 물으니, 그는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서비스”라고 대답한다.

그는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사적 유산이 희생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정동진이다. 이곳은 전형적인 해안단구로서 자연사적 가치가 높다. “정동진 근처의 해안가 산봉우리는 평평해요. 바닷가에나 있는 둥근 몽돌이 산에서 발견되는 걸 봐서, 바다 아래 땅이 육지로 솟아오른 거죠. 그런데 산 위에 배가 떠 있어요.”

산 위에 배라니? 뱃사공이 많아 산 위로 올라간 배가 아니다. 정동진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자, 해안단구 위에 우후죽순 들어선 범선 모양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이다. 이씨는 “문화유산 보호에는 앞장서는 시대가 됐지만, 자연사적 유산엔 둔감한 게 현실”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자연사적 유산도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멩이 하나에도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지천인 돌과 흙을 예사로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땅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그의 손길이 묻은 땅은 내력을 갖게 됐다. 그런 그의 성과가 (푸른숲 펴냄)이라는 책에 담겼다. 그가 시금석으로 삼은 책을 뛰어넘은 책. 진작 나와야 했을 책이 이제 나왔기에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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