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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판 유물 반환운동 시작된다

등록 2007-03-23 00:00 수정 2020-05-03 04:24

3월3일 ‘오타니 컬렉션 반환 환수위원회’ 출범 시킨 혜문 스님

▣ 남양주=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말, 반갑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 봉선사에서 얼굴을 마주한 취재진에게 혜문 스님은 “만나고 싶었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은 지난 648호 표지기사(2007년 2월27일치) ‘중앙아시아 유적 르포, 부끄러운 한국을 탐사하다’를 통해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서역 유물 ‘오타니 컬렉션’을 “제 위치에 돌려놓자”는 주장을 소개했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 명찰 니시혼간지(西本願寺)의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중앙아시아로 1902년 9월부터 1914년까지 세 차례 탐험대를 보내 도굴해온 서역 유물로, 우리나라가 보관 중인 유물 개수는 1500여 점이다.

문화재 약탈 피해국이라 자부하더니

일본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환수 운동의 중심에 있던 혜문 스님은 “우리가 일본과 프랑스 등에 문화재 환수 요구를 하기 위해선 오타니 컬렉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3월3일 ‘오타니 컬렉션 반환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첫 성과물로 3월13일 ‘일제에 의해 약탈되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유물(오타니 컬렉션)의 원소재지 반환 촉구에 관한 청원’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은 꾸준히 이 문제와 연관된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타니 컬렉션 반환 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는.

=오대산 사고와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환수 운동을 진행해오면서 우리 정부가 오타니 컬렉션을 갖고 있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남들에게 “약탈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약탈 문화재인 오타니 컬렉션에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동안 오대산 사고와 의궤 환수 운동을 펼쳐온 분들과 “오타니 컬렉션 문제를 풀자”는 의견 일치를 봤고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치게 됐다.

국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실무부서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 급한 것은 유물 반환이 아닌 현지 유물의 원상 보존이다”라거나 “중국 정부의 유물 보존 기술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 반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을 때 프랑스 전문가들이 내세운 논리와 똑같다. 또 우리가 문화재를 돌려주는 만큼 같은 비중의 문화재를 중국 정부 쪽에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등가교환 원칙인데, 오대산 사고 47책을 돌려준 일본 도쿄대도 그런 논리는 내세우지 않았다. 모든 약탈된 문화유산은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문화재 약탈 피해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정부가 그 정도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런 일이다.

우리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본다면

앞으로 활동 계획은.

=반대론자들은 중국 정부가 먼저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먼저 나서 외교적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3월18일 중국으로 출국해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오타니 컬렉션 반환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다. 꽤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 약탈 문화재 반환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유네스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거쳐 시민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5월에 서울에서 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촉진 정부간 위원회가 열릴 예정인데, 이 회의 석상에서 “오타니 컬렉션을 반환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서울 선언’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반환 활동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환수위원회(홈페이지cafe.daum.net/wisdommoon)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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