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때 아닌 눈이 내리던 3월5일, 그동안 암으로 투병해오다 숨을 거둔 김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사장이 벽재 화장터에서 한 줌 뼛가루가 됐다. 향년 53. 창립자인 안철수씨에게 최고경영자(CEO)의 바통을 이어받아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해오던 그였기에 갑작스런 발병과 죽음의 충격은 컸다.

회사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장에는 기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영정 사진 옆에도 ‘CEO가 되어버린 기타리스트를 보냅니다’라고 적힌 조화가 자리했다. CEO로 살다 갔지만 누구보다 음악을 즐기고 기타를 사랑했던 남자. 건강 상태가 악화된 뒤에도 기타를 칠 때만큼은 누구보다 편안한 미소를 지었던 ‘잭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 기자 역시 직장인 밴드인 ‘잭밴드’에 객원으로 참여했기에 그와 그의 음악을 추억해본다.
그는 음악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음악이 좋아 집을 뛰쳐나간 이후 미 8군부대 근처 클럽에서 밴드 생활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네가 있어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닌 것 같다”는 친구 말을 듣고 1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간신히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음악을 들으면 다시 음악을 하고 싶어질 것 같아 아예 음악을 듣지 않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덕분인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IBM에 입사한 뒤 안철수연구소 부사장, 뒤이어 CEO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던 그가 안철수연구소 부사장 시절, 한 라이브바에서 직장인들로 구성된 ‘잭밴드’를 만났다. 기타리스트의 인생은 다시 시작됐다. 빡빡한 CEO의 일정 속에서도 매주 한 번 있는 밴드 연습 시간은 꼭 지켰다. 보통 저녁 8시에 시작하면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연습. 홍익대 앞에 위치한 연습실을 꽉 채운 연주 소리는 그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입원 전, 그가 손수 제작한 기타를 들고 왔다. 놀랍도록 좋은 소리를 내는 기타를 밴드 멤버들이 칭찬하자 그 역시 감격에 젖은 표정이었다. 그 기타가 장례식장에 홀로 서 있던 기타다. 발병 사실을 안 다음에도 연습실에 들러 연주 소리라도 들어야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던 그. CEO로서의 포부도, 기타리스트로서의 예술혼도 모두 불사르지 못한 채 안타깝게 떠난 그가 하늘에서나마 연주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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