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운이 좋으려면 홍영주(40)씨만큼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에 가입하며 고작 몇 달치 시청료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 행운의 미소를 지을 때, 홍씨는 전 채널을 볼 수 있는 플래티넘 상품을 1년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용권에 42인치 고화질 LCD 텔레비전까지 ‘덤’으로 받았다. 스카이라이프가 개국 5주년을 맞아 마련한 가입 고객 유치 이벤트에서 200만 번째 고객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운수대통이다.

“이제야 가입해 스카이라이프 채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얼떨떨해요. 그동안 공중파 방송도 즐기지 않았는데 스카이라이프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네요.” 벌써 홍씨를 지원하는 도우미들도 생겼다. 바로 그의 세 아이다. 중학교와 초등학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엄마의 스카이라이프 채널 학습을 돕고 있다. 저마다 즐겨보는 채널을 자랑하며 엄마를 ‘유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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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홍씨네의 행운은 큰아들 태현이의 몫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5개월가량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들이 “홈스테이하면서 스카이라이프 채널로 도움을 받았다”고 거듭 말하면서 가입을 졸랐기 때문이다. “집에선 텔레비전을 보지 않던 아이가 타국에서 스카이라이프 홍보를 할 때 의아하기만 했어요. 알고 보니 ‘키즈톡톡’이라는 유아 대상 영어 프로그램이더군요. 세 아이가 함께 볼 수 있으니 좋지 않겠어요.”
올해 스카이라이프가 내건 슬로건 ‘디시 드림!’(Dish Dream)은 홍씨네를 위한 것이었을까. 종합 미디어 사업자로 우뚝 서는 게 스카이라이프가 위성 안테나로 이뤄낼 꿈이라면, 홍씨네의 꿈은 소박하지만 알차다. 홍씨는 아이들이 소망하는 동시통역사와 곤충학자의 꿈이 위성 안테나를 통해 영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학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채널이 수두룩하고 생물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채널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씨에게 있다. 스카이라이프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기계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비디오테이프가 없어도 자유롭게 녹화를 한다는 PVR(개인용 비디오 녹화기) 서비스는 겨우 매뉴얼로 살펴봤을 뿐이다. 보고 싶은 채널을 편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희망사항도 가볍기만 하다. “아이들이 시도하는 예약녹화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시청을 제한할 수 있는 ‘사용잠금 장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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