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업하다 한 번 실패를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하고 싶은 걸 해야지, 하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에 터전을 두고 있는 마당극단 ‘광대패 모두골’의 이지원(46) 대표. 그가 모두골에 뿌리를 내린 건 1998년, 7년 동안 출판업에 몸담은 뒤끝이었다. 고향 원주의 옛 이름에서 따온 ‘북원’이란 출판사를 차려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돈을 만져”보기도 했지만, “(사업 실패로) 허상이라는 걸 체험했”단다.

이 대표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마당극단에 몸담게 된 게 마냥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본업’으로 돌아왔다 할 수도 있다. 대학 입학을 앞둔 1981년 초 탈춤패 ‘원주민속연구회’의 강습생으로 시작해 마당극 운동에 꾸준히 참여해온 그였다. 원주민속연구회는 지역 민주 인사들이 탈춤을 고리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펼치는 문화·운동 단체였다. 원주민속연구회는 ‘통일문화연구회 → 광대패 골굿떼 → 문화기획실 모두골’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어왔으며, 1993년 9월 지금의 이름인 광대패 모두골로 탈바꿈했다.
이 대표는 모두골에 대해 “민족 예술의 근원인 농촌 마을에서 사라진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문화적인 소통을 통해 농촌 문제를 같이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손곡리 정월 대보름 달맞이 굿’을 모두골을 비롯한 지역 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은 문화적 소통의 한 예다. 올 대보름 달맞이 굿은 3월1일 지신밟기로 시작돼, 대보름 당일인 3월4일 옛 손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장승굿,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즉석 풍물놀이, 길쌈놀이, 차전놀이, 강강술래를 펼치며 ‘달집 태우기’로 마무리된다.
모두골의 전업 단원 5명 중 한 사람인 이 대표는 북잡이로 활약하고 있으며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두 딸에게 기능을 전수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딸들에게) 우리 희망은 너희라고 했습니다. 극단에서 기본적인 기능을 가르치고 태평소, 해금 연주법도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백 평 규모의 밭농사를 빼곤 오로지 극단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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