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에게는 딱지가 남는다. 일정한 변곡점을 거쳐 ‘변태’(變態)를 하지 않으면 누구 측근, 누구 사람이라는 상표가 늘 자신의 이름을 가린다. 비서 출신 정치인들이 대개 자기 정치에 성공하지 못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동영 사람’이다. 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처음 의원이 된 1996년부터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 12년가량 가까이서 보좌했다. 현재도 중요한 고비마다 정 전 의장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참모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를 모두 부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란다.
‘국회 밥’을 오래 먹은 정 부소장은 변태의 수단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를 선택했다. 보좌관을 3년 이상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마흔 살이 보좌관의 정년이라고 여겨왔던 그는 2003년 여론·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김헌태 소장과 함께 설립했다. 왜 정치인은 선거 때만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평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과학적인 소통수단을 활용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정치와 여론을 접목해 정치 수준을 높여보고 싶다는 욕구도 작용했다.
정 부소장이 그저 외피로 여론조사 전문가를 두르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최근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 편집장의 를 번역해 내놨다. 그로선 2005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동안 발견한 ‘보물’이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쓴 책인데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2년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대선 후보가 결정됐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하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에서 여론조사에 응해본 경험이 없다, 그 적은 샘플로 어떻게 전체를 대변하느냐 등등….
정 부소장을 사로잡았던 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검진을 할 때 혈액 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와 선거 사이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여론조사라고.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광화문 선 이재명 “난 죽지 않는다”…촛불 든 시민들, 이름 연호
‘58살 핵주먹’ 타이슨 판정패…30살 어린 복서는 고개 숙였다
에버랜드가 50년 공들인 ‘비밀’…베일 벗자 펼쳐진 장관 [ESC]
“어떻게 2년 반을 더”…학부모·해병·교수·노동자 이은 ‘촛불 행렬’
‘트럼프 없는 곳으로 도피?’…4억이면 4년 동안 크루즈 여행
‘10도 뚝’ 찬바람 부는 일요일…다음주 서울은 영하 추위
130쪽 이재명 판결문…법원,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성 인정
[영상] “속상해서, 정작 죄 있는 사람은 뻣뻣한데”…비 내리는 광화문 메운 시민들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러시아, 중국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첫 수출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