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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남] 여론조사로 변태하리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에게는 딱지가 남는다. 일정한 변곡점을 거쳐 ‘변태’(變態)를 하지 않으면 누구 측근, 누구 사람이라는 상표가 늘 자신의 이름을 가린다. 비서 출신 정치인들이 대개 자기 정치에 성공하지 못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동영 사람’이다. 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처음 의원이 된 1996년부터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 12년가량 가까이서 보좌했다. 현재도 중요한 고비마다 정 전 의장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참모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를 모두 부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란다.

‘국회 밥’을 오래 먹은 정 부소장은 변태의 수단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를 선택했다. 보좌관을 3년 이상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마흔 살이 보좌관의 정년이라고 여겨왔던 그는 2003년 여론·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김헌태 소장과 함께 설립했다. 왜 정치인은 선거 때만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평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과학적인 소통수단을 활용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정치와 여론을 접목해 정치 수준을 높여보고 싶다는 욕구도 작용했다.

정 부소장이 그저 외피로 여론조사 전문가를 두르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최근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 편집장의 를 번역해 내놨다. 그로선 2005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동안 발견한 ‘보물’이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쓴 책인데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2년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대선 후보가 결정됐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하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에서 여론조사에 응해본 경험이 없다, 그 적은 샘플로 어떻게 전체를 대변하느냐 등등….

정 부소장을 사로잡았던 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검진을 할 때 혈액 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와 선거 사이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여론조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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