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뮤지션들과 즐기는 파티 만드는 기획사 리스케이 사람들…겉만 화려한 분위기는 사절, 좋은 뮤지션 소개하며 보람 느껴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시간이 너무 일러서 아직 다들 제 컨디션이 아니에요.” “저희 원래 이렇지는 않거든요.” “평소에는 완전히 왕수다쟁이예요.” “그럼 우리 술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할까요?”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치고는 영 기운이 없어 보여서 “조용하신 편인가봐요?”라고 말 한마디 꺼냈을 뿐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더니 다들 발동이 걸렸다. 발동이 걸리고 나니 5명의 개성이 하나둘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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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라고 부르는 민둥산 헤어스타일을 한 손용준(29) 실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언뜻 보면 자장면을 닮은 디자이너 이대일(28)씨, 수박만 한 미소를 띠우며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박효은(25)씨, 커다란 털북숭이 슬리퍼를 신고 있는 이훈희(24)씨, 그리고 21살의 청년 그래픽 디자이너 박노섭(21)씨까지. 이들은 파티·공연기획사 ‘리스케이’(riskei)에서 일하는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멤버 4명 모두 파티에서 만나
스테판 폼푸냑(Stephane Pompougnac), 디미트리 프롬 파리스(Dimitri from Paris), 파리스 매치(Paris Match), DJ 섀도(DJ Shadow)…. 일렉트로니카·라운지·DJ 음악이나 클럽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세계적인 뮤지션의 이름이다. 그리고 리스케이가 지금까지 연 파티 목록에 올라와 있는 뮤지션 이름이기도 하다. 리스케이가 지난해와 올해 열었던 파티만 20여 개. 한 달에 두세 번꼴로 열리는 리스케이 파티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리스케이는 손 실장의 귀국과 함께 시작됐다. “중학교 때부터 미국에 살면서 영화 공부를 했어요. 물론 파티도 즐겨왔고요. 2004년 10월 한국에 놀러왔는데 여기서 놀다 보니 파티문화 시장이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리스케이를 세우고 2004년 12월31일 연말파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파티·공연 기획에 뛰어들었죠.” 누가 파티기획사 아니랄까봐 리스케이의 다른 멤버 4명 모두 파티에서 연이 닿아 만났다. “어느 날 파티에 갔는데 사람들이 막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거예요. 가서 보니까 분홍색 모자를 쓴 여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스텝을 밟고 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박효은씨였어요.” 박씨를 따라다니던 무리 중 한 사람이 바로 이훈희씨였고, 박노섭씨도 박효은씨의 파티 인맥으로 리스케이까지 왔다.
매달 서울 시내에서만 여러 개의 파티가 열리고 있지만 리스케이가 여는 파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대일씨는 “요즘 열리는 많은 파티들은 화려하기만 하다”며 “아무도 놀고 있지 않은데 화려하고 인공적이기만 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연예인이나 보러 오게 하는 식의 파티가 많아요. 돈 주고 파티에 와서 연예인 구경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파티는 자기가 즐기는 건데 말이죠. 리스케이의 파티는 각자 자기가 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별하죠. 최고의 음악과 DJ도 있고요.” 리스케이는 꾸며가면서 하지 않는 파티를 여는 데 주력한다. 손 실장은 “브랜드 협찬 파티도 굉장히 많은데 그런 파티는 무조건 사람만 많이 채워넣으면 잘된다고 생각한다”며 “음악과 춤이 좋아서 꾸미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파티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스케이가 기억하는 최고의 파티는 뭘까? 5명 모두 지난 7월15일에 W호텔에서 있었던 ‘파리스 매치’와 ‘엠마’가 함께한 파티라고 입을 모은다. 그날은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이었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파티를 찾아온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파티를 즐겼다. 첫 번째 무대를 열었던 파리스 매치가 끝나고 엠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파리스 매치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엠마는 아직 낯선 뮤지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엠마의 공연이 시작돼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파티가 끝나고 불을 켰을 때도 파티장에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가장 큰 보람은 엠마라는 뮤지션을 파티에 모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물론 파티 분위기도 최고였죠.”
포스터 붙이면서 지문 없어지는 느낌
손 실장이 처음 리스케이를 시작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하면 2천 명 정도는 줄을 서서 들어갈 만큼 유명한 뮤지션인데 여기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이렇게 대단한 뮤지션이 오는데 보러 오는 사람들이 100~200명이라는 사실에 너무 놀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더라고요. 이런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접할 만한 매체도 없고 파티에 관한 정보를 주는 곳도 없잖아요. 지금은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파티를 기획해요. 파티를 통해 뮤지션을 알릴 수 있는 게 그래서 더 보람이 있어요.”
파티를 만드는 일이 파티만큼만 즐겁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힘든 일도 많다. 이훈희씨는 특히 파티를 알리는 포스터 얘기가 나오자 혀를 내둘렀다. “이제 눈을 감고도 포스터를 붙일 정도예요. 친구들은 ‘파티라니 일도 너무 재밌겠다’ 하면서 부러워하지만 포스터를 붙일 때만큼은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파티가 열릴 때마다 포스터를 하도 많이 붙여서 지문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니까요. 그래도 참 희한한 게, 파티 포스터를 많이 안 붙이면 또 불안해요. 그래서 또 포스터를 붙이러 나가게 돼요.” 예전에는 파티를 즐기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파티의 진행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어려움이다. 박효은씨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스텝만 밟으면 됐는데 지금은 파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얼마만큼 즐기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피는 못 속인다고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저희 5명 모두 미친 듯이 즐기죠.”
리스케이 사무실에는 또 다른 파티를 알리는 포스터가 수북이 쌓여 있다. 다음 파티는 11월18일 W호텔 우바에서 열리는 파티계의 ‘서방신기’ 스테판 폼푸냑과 미구엘 믹스의 파티다. 11월25일 세계적인 DJ 제임스 자비엘라의 파티도 기다리고 있다. 앉아서 술을 마시고 조용한 배경음악에만 익숙한 당신, 파티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신나게 놀겠다는 마음과 마음대로 뛸 준비가 된 심장만 갖고 있다면 커다란 무대가 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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