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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태] 서교동 365번지좀 그냥 놔 둬!

등록 2006-10-26 00:00 수정 2020-05-02 04:24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열에 아홉은 서교동 365번지의 건물을 보면서 낡았으니까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거예요. 그러나 이 건물은 3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간 건물이에요. 낡은 계단과 작은 텃밭 모두 주민들이 필요할 때마다 덧붙여진 거죠.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이 건물, 아름답지 않나요?”
홍익대 지하철역에서 홍익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 주차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은 건물이 일렬로 쭉 늘어선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과 상점으로 채워져가는 홍익대 인근이지만 이 건물에는 꽃집, 작은 갤러리, 음식점 등이 좁고 허름한 건물에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이곳의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5번지다. 1970년대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나르던 철로 옆에 들어선 뒤 문화활동 생산지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느긋하게 살아온 이 건물은 1999년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계획에 포함됐다. 현재는 서울시의 예산 부족으로 철거가 보류됐지만 이 지역에 대한 개발 움직임이 계속돼 이곳은 항상 철거 위기 속에 있다.

서교동 365번지에서 11월19일까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전시 ‘나는 이 건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가 열린다. 전시를 여는 이들은 서교동 365번지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진 모임 ‘서교 365’의 사람들이다. 6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그룹 ‘노네임노샵’(사진)과 ‘희망시장’의 조윤석씨, 건축가 홍윤주씨,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경씨 등 365번지에 살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함께하고 있다. 365번지 건물 5곳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서교동 365번지에 관한 자료 전시와 다큐멘터리 상영, ‘노네임노샵’ ‘로베르네집’ 등 작업실 공개로 진행된다.

‘노네임노샵’은 지난 1년 동안 365번지에 입주한 100여 세대에 일일이 씨앗을 나눠주며 건물 틈새에 화분을 만들고 옥상에 텃밭을 일궈 참외와 수세미 등을 수확했다. 그 모습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노네임노샵’의 반장 김건태(31)씨는 “365번지 이웃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건물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추억을 들었고 자료로 만들었다”며 “365번지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반박자료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앞이 문화적 생산성보다 상업성과 개발 위주로 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마지막 남은 자생적 건물인 365번지 지키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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