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찻집의 이름은 ‘알 수 없는 세상’이라고 했다. 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나루터 자리에 서 있는 허름한 찻집에서 만난 장윤정(54·시인)씨는 “이곳이 낙동강가에 마지막 남은 주막”이라고 말했다. 찻집에 들어서자 창문 바깥으로 너른 모래밭이 펼쳐지고, 낙동강은 저만치 세월의 무상함을 비웃듯 고요히 흐르고 있다. 1980년대까지 이곳 나루터엔 시끌벅적한 장터도 있었고, 조합도 있었고, 파출소도 있었다지만 이제는 추억일 뿐이다. 창원시 동읍 본포리와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를 잇는 본포교가 만들어진 뒤 나루터는 방치됐고, 주막은 버려졌다. 이제 사람들은 배 대신 길이 920m, 너비 11.5m의 육중한 콘크리트 다리를 타고 강을 넘는다.

버려졌던 옛 나루터가 생명을 찾은 것은 6년 전이다. 장씨는 버려진 이 집을 찾아 찻집 ‘알 수 없는 세상’의 문을 열었다. 찻집에는 옛 나루터의 추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가득하고, 무엇보다 저만치 낙동강의 흐름이 가슴 서늘하게 감돈다. 30년 전 강 위에 배를 띄워 먹고살던 사공 조선호(46년생)의 도선허가증이 나그네의 눈길을 잡아끄는데, 12명 정원의 나무배는 어른은 70원, 아이는 50원씩 돈을 받고 의창군(지금의 창원시) 동면 본포리에서 창녕군 학포까지 400m 물길을 이었다. 찻집은 부산·경남은 물론 멀리 서울에서도 손님이 찾아올 만큼 유명해진 낙동강 명물이 됐다.
하지만 나루터가 그랬듯 찻집도 머쟎아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3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제방을 만드는 데 수해 등의 우려가 있어 집을 헐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장씨는 지역 문인들과 함께 “나루터의 마지막 흔적을 살려달라”고 진정을 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곤란하다”는 것뿐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낙동강변에는 수십 곳의 나루터가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경북 예천의 삼강나루터(주막)가 남아 경북도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을 따름이다. 찻집의 보상금은 2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카페를 찾아가고 싶은 사람은 전화를 걸어 장씨에게 길을 물으면 된다. 찻집에는 ‘도착하지 않는 편지 부치는 우편함’도 있다(055-299-9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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