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43) 정책기획실장은 국내에서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 흐름을 앞장서 개척하고 있는 대표적인 활동가로 꼽힌다. 산별노조에 대한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그는 단골 사례 발표자로 등장하곤 한다. 지난 7월 초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등 대공장 노조들이 대거 산별 금속노조로 조직을 전환하자 언론은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산별 시대가 열렸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1998년에 일찌감치 국내 최초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산별 보건의료노조 건설부터 산별교섭까지 그 한복판에서 머리띠 두르고 싸워온 사람이 그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산별교섭에 나선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월25일, 총파업에 돌입한 지 하룻만에 산별교섭을 타결지었다. 산별노조 건설 8년 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첫 ‘산별협약서’를 체결한 것이다.
이 실장은 “직권중재(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쟁의 때 노사가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안을 제시하는 것)나 장기 파업 없이도 교섭을 타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산별교섭 시대를 열고 정착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구축됐다는 얘기다.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해마다 장기 파업을 치러야 했다. 병원협회 쪽이 산별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직권중재에만 의존하는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이번 교섭에서 의료노사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할 수 있는 대화의 틀을 마련했다”며 “직권중재 회부 없이 자율교섭으로 타결되는 선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인천 지역에 들어가 노동현장 활동을 하다가 1993년에 병원노련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제조업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사무·전문직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라서 보건의료산업 쪽으로 옮겼다고 한다. “과거에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파업에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병원 노동자 파업이 단순히 임금인상 파업이 아니라 의료공공성 강화와 무상의료를 요구하고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싸움이라는 사실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의료 대란’ 운운하는 언론 보도도 크게 줄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교섭에서 병원식당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할 것과 국내외 재난지역에 노사 공동 긴급 의료지원 활동을 펴자는 의제를 제기해 병원 사용자 쪽과 합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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