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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형규 전 의원, 그땐 왜 화냈나요

등록 2006-07-20 00:00 수정 2020-05-02 04:24

7·26 재·보궐 선거 컴백 가능성 보도한 에 정정 요청했던 그… 한나라당의 오만한 공천이 낳은 결과, 앉아서 선거비용 8억원 낭비할 판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내가 생각해도 (보궐선거 출마가) 말이 안 된다.”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1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네거리 후보 사무소를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겠다며 1월에 의원직을 내던진 그가 여섯 달 만에 다시 지역구를 되찾겠다고 7·26 재·보궐 선거에 나섰다.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선거에 나왔기 때문인지 그 자신도 “찜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은 시나브로 사그라지고 한나라당의 아성인 송파에서 당선은 거의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점에서 그의 어깨가 처질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는 “지역 주민과 당원들은 (출마를)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의 출마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정치의 부조리한 몇 가지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비용’의 낭비를 불러온 그의 출마를 막을 법적·제도적·도덕적 장치가 어디에도 없었다. 중앙선관위는 그의 지역구인 송파구 갑의 보궐선거 비용이 8억여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고, 정치권이 선거를 치르면서 발생하는 무형의 정치적 비용 등을 뺀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출직 출마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나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가 없긴 하지만, 사회적·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오만함도 문제다. 정당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벗어난 공천을 강행한 것이다. 애초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당 공헌도가 높다며 기자들 성접대 등 과거 비리 전력을 눈감고 공천했다가 뒤늦게 말썽이 되자 취소했다. 이어 다른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며 맹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를 다시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정치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정당에 당규나 ‘스크린’(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절차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맹 전 의원이 당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모든 불씨는 그에게서 비롯됐다. 그의 보좌관은 재·보궐 선거 공천 접수 마감 하루 전인 6월16일 “공천을 할지 말지 50 대 50이다. 의원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 이런 사실 등을 바탕으로 그의 공천 여부를 놓고 당내 비판적인 목소리(615호 17쪽)가 있다고 전했다. 기사가 나가자 그는 보좌관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맹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공표했던 의원직 사퇴의 뜻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불출마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리고 맹형규 전 의원에게도 본의 아닌 누를 끼치게 되었기에 죄송하게 생각하며, 바로잡습니다.” 그러나 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출마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뿐더러 그에게 보궐선거에 나갈 욕심과 의지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은 617호(104쪽)의 ‘알려드립니다’란 코너에서 경과를 간략히 설명했다. 그 며칠 뒤 맹 전 의원은 논란이 된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제 이 맹 전 의원에게 물을 차례다.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리고 에 본의 아닌 누를 끼친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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