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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수] 나는 오사카의 한류 오타쿠

등록 2006-07-19 00:00 수정 2020-05-02 04:24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10여 년 전 일본 오사카, 여느 일요일 낮에 한가로이 TV 채널을 돌리던 한 일본인의 눈에 NHK배 바둑대회에 출전한 한 여성 프로 바둑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단지 그 여성 바둑기사를 보기 위해 바둑에 빠진 그는 ‘바둑은 일본이 최강’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둑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최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라디오 강좌를 통해 우리말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2000년, 그는 한국 영화 를 만났다. 그에게 는 충격이었다. 분명히 한국에는 처럼 좋은 영화가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 가서 자막 없는 한국 영화 비디오를 빌려보기 시작했다. 수년간 우리말을 갈고닦아 이젠 자막 없어도 한국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됐고 우리말로 영화에 대한 글도 쓸 수 있게 됐다.
TV웹진 에서 칼럼 ‘나는 오사카의 TV오타쿠’를 연재하고 블로그에서 ‘한 일본 사람 눈으로 보는 한국 영화’(blog.cine21.com/kojongsoo8318)를 운영하는 고정수(高井修·다카이 오사무)씨 얘기다. 물론 칼럼과 블로그는 모두 우리말로 쓴다. 칼럼 한 번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여섯 시간 정도. “글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러요. 일본어로 써도 같은 시간이 걸릴 거예요. 제가 철학을 전공했거든요. 글쓰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습관이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한국 영화나 일본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칼럼과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고 싶어요. 만약 오사카에 오시는 씨네블로거가 있다면 꼭 만나고 싶습니다.”
을 좋아하고 하지원과 배두나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으며 좋아하는 감독으로 김기덕, 박찬욱, 김지운, 이명세, 봉준호의 이름을 줄줄이 꿰는 그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서고 싶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를 모두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일본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하는 재미가 생긴 것 같아요. 이런 자세는 일본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에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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