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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용역 깡패의 나라에서 놀라다

등록 2006-06-2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미군기지 확장 문제로 시끄러운 평택 대추리에 가면 소형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누비는 외국인 2명을 만날 수 있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감독 나카이 신쓰케(39)씨와 그의 통역 모리 기쿠고(29)씨. 지난 2월 처음 평택을 찾은 이들은 지난 넉 달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행한 ‘평택의 야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외국인이 됐다.
“글쎄요, 처음 여기 올 때는 평택이 어디인지, 사람들이 무슨 일로 싸우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모리씨가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철거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통역일을 도와달라”는 나카이씨의 부탁을 받았을 때 강남의 유명한 철거 지역(포이동 266번지)으로 가는 줄 알았단다. “아무튼 여기서 본 일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용역 깡패들을 고용해 주민들에게 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모리씨는 3년 전만 해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고, 지난해 2월 한국을 처음 찾을 때까지 한국과 별다른 인연도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요?” 요코하마시에서 공무원들에게 어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특이한 말을 배우고 싶어 파키스탄 말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뒤 이듬해 한국어를 택했다고 한다. 그게 2003년 10월의 일이다. “제가 모험심이 많고 특이한 일을 좋아하거든요. 고민은 많았지만 안정적인 공무원 일을 때려치운 것도 그 때문인 것 같고요.”

모리씨는 넉 달 동안 평택을 오가면서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단다. “한국 사람들은 착하고 정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일본은 싫어하면서도 나카이씨와 저에게는 참 친절하거든요. 평택에 살면서 이곳 주민들의 아픔도 많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는 올해 10월이면 비자가 만료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오려고요. 평택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끝까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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