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안광희(54) 야탑역 지점장이 외환은행에 입행한 건 1979년이다. 올해로 27년 동안 안 지점장은 전형적인 은행원 외길을 걸어왔다. 인사부 과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점 근무, 캐나다 현지법인 부장, 외국기업 지원팀장, 역삼역 지점장에 이어 2004년 6월부터 경기도 분당의 야탑역 지점을 맡고 있다.
은행원의 전형인 그에겐 도무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직함이 하나 더 있다.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지난 4월 꾸려진 비대위에는 본점 부장·팀장, 전국 영업점의 지점장을 포함해 모두 600명 안팎이 참여하고 있으며, 2003년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판 과정에 얽힌 의혹을 제기하고 국민은행을 인수 후보로 한 재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실한 외국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아닌 곳(론스타)에 매각한 의혹과 잘못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또다시 국민은행에 팔려는 걸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선 론스타에 매각한 당시의 잘못을 명확히 규명해야 합니다.” 안 위원장의 비대위는 5월8일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장을 내놓았다. 성명을 통해 웨커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점포장급 이상인 부점장들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은행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경영진은 대주주를 대변하는 동시에 조직도 대변하며 발전을 꾀해야 하는데, ‘국민은행과 합치는 게 발전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사태를 호도하고 직원들의 단결을 해사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애초 외환은행 부·점장 비대위의 목소리는 조직 이기주의쯤으로 치부되다가 론스타를 둘러싼 갖가지 추문이 불거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경영진 퇴진을 주장한 비대위는 경영진의 과오로 △피합병 기정 사실화로 론스타의 이익 대변과 관리자 의무 소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진행 중에도 조기 매각 종용 등을 꼽고 있다. 안 지점장은 “저나 제 가족이 은행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잘못된 것에 침묵할 수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집에서 걱정은 하지만 집사람이나 직장에 다니는 딸, 군에 가 있는 아들 모두 ‘바른 길이면 가라’고 격려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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