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 떼의 대학생들이 4월17일 오후 <한겨레21> 편집실을 찾았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소논문을 쓰고 있는 서울대 인문학부 학생들이었다. 06학번 유상근, 김미혜, 김도형, 손진영씨와 00학번 전상욱, 04학번 전성진씨.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등학교에서 국기 맹세를 했던 새내기가 중심 세력인 이 팀은, ‘대학국어’ 과목의 실습 논문 주제로 이를 택했다.
“중학교 때 캐나다인 영어 선생님이 있었거든요. 애국조회를 하는데, 그 선생님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안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걸 보면서 수군거렸는데, 그때 처음 국기 맹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죠.”(김미혜)
“안익태의 애국가 저작권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생각해봤어요. 국내 프로축구 경기 전에도 관중과 선수들이 국기 경례를 하더라고요. 국가대항전에서 금메달 땄을 때 하는 건 몰라도….”(손진영)
이렇게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6명이 한 조가 돼 여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논문의 고갱이가 될 부분은 국기 맹세에 대한 대학생 의식 실태조사다. 국기 맹세의 존폐 여부를 포함한 여러 의견을 대학생들에게 물을 참이다. 또 초·중·고 교과서의 국기 맹세문 게재 실태를 조사한 뒤, 교육부의 책임자를 찾아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있다.
“지금 봐선 학생들 대부분이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전체주의가 무의식 중에 주입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전상욱)
황우석 터널을 통과한 한국 사회는 이 사태를 과도한 국가주의가 울린 경고음으로 듣는 걸까. 여하튼 이 수업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국가주의를 화두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5팀 가운데 3팀이 국가주의에 관한 주제를 골랐다고 한다. 국기 맹세 외에도 스포츠와 내셔널리즘, 집단적 광기가 학생들의 탐구 대상이다.
학생들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이들 또한 부모 세대의 일상에 존재했던 애국조회 등 국가주의 터널을 똑같이 지나왔다. 하지만 과거의 것들로 채워진 자신을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당차게 말했다. “우리가 변화된 가치관을 가진 세대잖아요.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건 우리 세대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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