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스크린쿼터 사수 ‘국토종단 대장정’ 완료를 하루 앞둔 4월18일 밤 숙소는 경기도 과천이었다. 4월1일 아들 이삭(12)군과 함께 전남 해남에서 대장정에 오른 이민용(48) 감독은 밤 9시께 숙소 인근 카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삭군은 전날 수원에서 합류한 영화감독 이미례씨의 아들 박동혁군과 함께 근처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해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려고 불러내자 이삭군은 툴툴거렸다. 불만은 두 가지였다. 2시간에 해당하는 게임비 2천원을 미리 내서 아직 56분이나 남았다는 게 한 이유였고, 다른 하나는 아픈 다리를 끌고 지하 PC방에서 2층 카페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감독이 게임비로 1천원을 더 주겠다며 달래 자리에 앉혀놓은 뒤 대장정에 나선 이유를 묻자 그제야 표정이 좀 밝아졌다. “국토종단 갔다온 친구가 있거든요. 걔가 되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빠가 (국토종단)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이삭군은 “의왕에서 과천 넘어올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 <보리울의 여름> <인샬라>의 연출자이자 한국영화감독협회 부이사장인 이 감독은 아들과 함께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광주, 전주, 대전, 수원을 거쳤으며 오는 길에 천안 독립기념관과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확장반대 농성장에도 들렀다. 이 감독은 “가는 곳마다 각 지역 영상위원회에서 에스코트를 해줘 ‘황제 종단’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삭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스크린쿼터가 뭔지는 정확히 잘 몰랐지만, “아빠가 하는 일이니까 옳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때 아빠처럼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골프선수 되는 게 꿈이란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콩밭(PC방)에 가 있어 연방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이 감독은 이튿날 오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한 뒤 광화문 시민열린광장에 마련된 농성장으로 이동해 해산식을 하는 것으로 대장정을 끝맺었다. 대장정은 끝났어도 이 감독 부자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은 계속된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영화인을 꿈꾸는 이 땅의 아들딸들의 꿈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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