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임진국(90)씨는 영등포 명물이다. 그는 매일 아침 6시 반이면 서울 영등포역 앞으로 나간다. 답답하게 막혀 있던 차들은 그의 호각 소리에 맞춰 달리고, 멈추고, 회전하고, 다시 달린다. 그는 언제부터 교통정리 봉사를 해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아마 몇십 년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 가만히 놔뒀을 리 없다. 2002년 <동아일보>에 난 기사를 찾아보니 그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무려 42년 전인 1963년이다. 그 시절에는 거리에 여전히 전차가 다녔다.
“을지로 4가 청계천 근처에 학교가 있었는데, 학교 앞으로 도로가 있었지. 어느 날 거기를 지나다가 도로를 건너던 초등학생 3명이 U턴 하던 차에 받혀 숨진 장면을 본 거야.”
당시 도로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었다. 임씨는 그 다음날 반으로 자른 드럼통을 도로 한가운데에 갖다놓고 교통정리를 시작했다.“새마을 지도자 복장 차림으로 시작했는데 운전자들이 말을 듣지 않아. 당시 남대문에 있던 시경을 찾아가 교통 순경 복장을 얻어냈지.” 이후 그는 정식 명예경찰로 임명됐고, 서울시장·영등포 경찰서장·학부모회 등으로부터 17번이나 감사장을 받았다.
그렇지만 40년 넘게 이어진 그의 거리 봉사도 이제 마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통정리를 하던 임 할아버지에게 9월29일 오후 2시쯤 ‘손님’이 찾아왔다. 중풍으로 쓰러진 그를 경찰들이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다. 할아버지의 왼쪽 팔 다리에 마비가 왔다. 그나마 응급조처가 빨리 취해져 걷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의사는 “추운데 밖에 돌아다니지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다행히 그가 사는 영등포 쪽방촌에는 할아버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온 사람들이 많다. 벌써 “할아버지 자리는 내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의 생각은? “아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해. 예전보다야 못하지만 아직 끄떡없다고.” 할아버지가 “끄떡없다”는 것은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지만, 날씨도 추운데 올겨울만이라도 좀 편히 쉬셨으면 하는 게 주민들 마음이다.
* <동아일보> 12월12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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