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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종] 마일연극의 날, 광대 세상이다~

등록 2005-12-2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마일연극의 날을 아시나요?” 도무지 ‘마일’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겠다고 사전을 뒤적인다고 답이 나올 리 없다. 그것을 알아차리려면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대학로를 서성대다 오후 2시쯤 마로니에 공원을 찾는 수밖에 없다. 마일연극의 날은 전국소공연장연합회가 나서서 5년여 전에 시도한 ‘마토연극의 날’을 상설 공연으로 확대해 지난 2003년 3월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년째 이어온 거리공연이다.

오는 12월25일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극단 ‘광대세상’(대표 홍창종)은 마일연극의 날이면 빠짐없이 무대에 오르는 단골 공연팀이다. 극단 광대세상은 단원이라고 해봐야 6명뿐인 소극단으로 주로 대전에서 활동한다. 그것도 평상시에는 단원 얼굴 보기도 힘들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모인다. 대학로 까망소극장 배우로 활동하던 홍창종(40) 대표는 마일연극의 날 총감독을 맡은 이용우씨와의 인연으로 초창기부터 무대에 올랐다.

“우리 극단은 광대놀이라 불리는 ‘클라운마임’을 무대에 올린다. 전국 지역축제가 열릴 때 초청공연을 하면 대학로에서 공연을 본 관객을 심심찮게 만난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해서 그런지 관객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마일연극의 날에는 거리극과 퍼포먼스, 춤 등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10여 팀이 무대에 올라 6시간의 장시간 공연을 벌이는데 겨울에는 규모를 절반가량으로 줄여 몸짓 공연 위주로 진행한다.

극단 백수광대의 공연은 40분가량 진행되는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광대놀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연에서는 키다리 아저씨로 청각장애 청소년이 등장하기도 했다. “마임은 몸짓언어가 중요하기에 청각 장애가 큰 걸림돌이 아니다. 장애인 학교 학생들에게 저글링 등 마임의 기본을 가르치는데 그 가운데 한 학생이 키다리 아저씨로 무대에 올랐다.”

극단 광대세상은 모처럼 장기 공연을 앞두고 들떠 있다. 대전과학관에서 열리는 ‘매직 사이언스’ 행사에 어린이극 <삐에로 아저씨와 함께 신나는 여행>을 내년 1월 말까지 공연하는 것이다. 홍씨는 이달 마일연극의 날 공연에서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할 웃음 보따리를 살짝 풀어놓을 생각이다. “언젠가는 극단 광대세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검증받고 싶다. 3년의 연륜을 간직한 마일연극의 날이 대학로의 명물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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