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 <한겨레> 경제부 기자 ididun@hani.co.kr
서울 서교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는 ‘정체’ 파악이 쉽지 않은 작은 공방이 있다. 멋들어진 조끼, 목도리, 모자, 원피스 등 니트로 만든 옷들이 창가에 빼곡히 걸려 있어 옷가게인가 싶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벽에는 화려하고 특이한 색의 실로 가득하다. 서신자(??)씨의 니트 공방 ‘신디’다. 간판도 전화번호도 없지만 뜨개질 배우는 학생과 실을 사러 오는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직물을 배우러 떠난 영국 유학에서 뜨개질에 푹 빠져버린 서씨는 7년 전 이 공방을 열었다. “보통 뜨개질은 지루하고 힘든 일이라고 여기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힘을 안 주고 성글게 뜨면 편하게 즐기면서 뜰 수 있답니다. 색을 쉽게 조합할 수 있고 문양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실제 서씨의 공방에 있는 수백여 개 실 가운데 단색 실은 하나도 없다. 색과 질감이 다른 네댓 개의 실을 한 뭉치로 모아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과 문양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도 서씨의 몫이다. 하지만 간혹 기성복 디자이너들이 “모른 척” 공방을 찾아 디자인을 베껴가는 통에, 서씨가 아끼는 문양과 디자인은 공방 구석에 꼭꼭 숨겨놓았다.
바야흐로 ‘뜨개질의 계절’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서씨의 공방도 점점 바빠진다. 서씨는 뜨개질에 서툰 초보자에게는 두꺼운 바늘과 울룩불룩한 질감이 있는 굵은 실을 추천한다. “굵은 실을 이용하면 진도가 금방 나갈 수 있죠. 또 질감이 울룩불룩하면 좀 못 떠도 표시가 덜 난답니다.” 서씨는 또 가능한 한 밝은 실을 고르라고 권한다. 색이 밝아야 뜨는 동안에 덜 지루하고 기분도 유쾌해진다는 설명이다.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겠다며 공방을 찾는 젊은 ‘처자’들에게는 “결혼 전이라면 목도리나 하나 짜서 선물하거나 아예 말아라”고 조언한다. 공들여 짜준 뒤 나중에 헤어지고 돌려받지 못하면 더 속 터지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서씨는 내년 6월께 근처의 빌라를 개조해 작은 전시장과 유행 지난 옷을 고쳐 입을 수 있는 ‘리폼’ 공방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문의 02-3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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